국제유가가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크게 늘어났다는 소식 때문이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가 반등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3월물 가격은 전장 대비 0.47달러(0.59%) 하락한 배럴당 78.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4일 1.34% 떨어지면서 배럴당 80달러선이 깨진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4월물은 0.2달러(0.23%) 하락한 배럴당 85.38달러에 거래됐다. 역시 2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0일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가 전주보다 약 1630만배럴 늘어난 4억7140만배럴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21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 여론조사를 통한 추정치(120만배럴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이런 급증세는 일회성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미 정부의 이례적으로 큰 원유 공급 조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美 원유재고 증가·금리 인상 전망에 국제유가 소폭 하락 [오늘의 유가 동향]
달러 강세도 국제유가를 끌어내렸다. 원유 같은 주요 원자재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원유 수요가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5일 전 거래일 대비 0.67% 오른 103.92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101선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반등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다시 오르는 건 튼튼한 고용시장과 아직 잡히지 않은 물가로 Fed의 통화긴축 정책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1월 고용보고서에서 1월 신규 비농업 일자리 수는 51만7000개로 시장 추정치의 3배 수준이었다. 실업률도 3.4%로 5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14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4% 올라 전월(6.5%)보다 0.1%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고, 시장 추정치(6.2%)도 웃돌았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소매판매도 호조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 증가해 다우존스 추정치(1.9%)를 웃돌았다. 탄탄한 고용이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 Fed 인사들의 입에서는 기준금리를 더 높은 수준으로, 더 오랫동안 올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Fed가 지난해 12월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수준 전망을 나타낸 표)를 통해 제시한 기준금리 전망치 5.1%보다 더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중국이 제로 코로나에서 회복하며 올해 원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호재다. 지난 1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가 전년 대비 하루 232만배럴(2.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월 전망치보다 10만배럴 높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