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정말 후진국 될 판…日 '아날로그 탈출' 특단의 대책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아날로그 탈출'에 사활을 건 일본 정부가 도쿄 도심 대학의 정원 규제를 6년 만에 전격 해제한다. 디지털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다. 40년 넘게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규제하는 한국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16일 일본 미디어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도쿄 23구 소재 대학의 정원을 늘리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디지털 관련 전공에 한해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내각관방 자문회의에서 방안을 발표하면 일본 정부가 관련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일본은 2018년부터 지역대학진흥법을 실시해 도쿄 도심의 대학 정원을 원칙적으로 늘리지 못하도록 했다. 도쿄의 인구집중을 해소하고 지역의 쇠퇴와 지방 대학의 경영악화를 막기 위해서다.

이 법은 2028년 3월까지 10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할 계획이었다. 예외적으로 디지털 관련 전공에는 법 적용을 일시 중단시킨다는게 일본 정부의 방침이다. 정보 계열 학부 및 학과의 신설과 기존 이공학부, 정보학과, 정보과 등의 증원 확대를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디지털 전공의 정원 확대는 일시적으로 시행된다. 일본 정부는 예외를 적용하는 기간이 끝나면 다시 도쿄 도심의 대학 정원을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시행 기간 동안 대형 사립대를 중심으로 관련 학과를 신설하거나 정원을 늘리는 움직임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디지털 후진국'의 면모가 드러나면서 일본 정부는 디지털 대전환(DX)에 사활을 걸고 있다.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고는 중진국 수준으로 떨어진 국가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경제산업성은 2030년께 일본의 정보기술(IT) 인재가 79만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사립대학연맹도 "도심부에 몰려 있는 IT 기업과의 산학협력을 위해서는 도쿄 도심의 디지털 관련 학과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조기폐지를 요청했다.

내각관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도쿄 23구 소재 대학의 입학정원은 12만2000명으로 전체(62만3000명)의 19.6%다. 2022년 현재 도쿄 23구에 본부를 둔 대학은 101개교로 전체(807개교)의 12.5%다.

대만 TSMC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 규슈에서는 반도체 전문 인력을 키우는 정책이 한창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규슈지역 8개 고등전문학교에 반도체 제조 및 개발 관련 교육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고등전문학교는 중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5년간 전문교육을 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한국의 실업계 고교와 전문대학이 결합한 형태다.

총무성에 따르면 전자부품 디바이스·전자회로 제조업의 25~44세 종사자 수는 2010년 38만 명에서 2021년 24만 명으로 감소했다.

일본과 대조적으로 한국은 수도권 지역 대학의 정원을 40년 넘게 규제하고 있다. 1982년 수도권 과밀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제정한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따라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