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없는' SM에 왜 투자자들은 열광하나? [안재광의 대기만성'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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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현 경영진과 행동주의펀드 손잡고
이수만에 의존했던 시스템 대대적으로 바꿔
이수만은 하이브에 지분 매각하고 맞불
카카오까지 개입해 경영권 분쟁 확산
기관투자자들이 주총서 누구 손 들어줄 지 관심
이수만에 의존했던 시스템 대대적으로 바꿔
이수만은 하이브에 지분 매각하고 맞불
카카오까지 개입해 경영권 분쟁 확산
기관투자자들이 주총서 누구 손 들어줄 지 관심
SM엔터테인먼트의 주인이 바뀐다고 합니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 주식 부분을 팔기로 했기 때문인데요. 이수만 PD는 최근 몇 년간 계속 팔겠다, 안 팔겠다 하면서 뜸을 들이더니 마침내 팔았습니다. 이 주식을 사기로 한 곳이 더 놀라운데요. 방탄소년단을 만들어낸 방시혁 의장의 하이브입니다. 하이브와 SM엔터가 합쳐지면 K팝, 아니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룡이 탄생하는 것인데.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SM엔터는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맞을 예정입니다. SM엔터가 카카오를 상대로 주식을 발생해서 지분을 주기로 했습니다. SM엔터의 현재 경영진은 이수만 PD와 갈라서고 카카오와 손을 잡았어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아이브의 소속사 스타쉽, 아이유의 소속사 이담엔터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죠. 여기에 국내 최정상 배우 150여명, 메인 작가와 PD 등 80여명 국내 최대 음악감상 앱 멜론 등을 보유한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삽니다. 요약하면 SM엔터의 경영권을 놓고 BTS의 하이브, 아이브의 카카오가 맞붙은 겁니다. 사실 SM엔터는 이수만 PD와 떼어 놓고 생각하기가 어려운데요. 회사 이름도 이수만의 영어 이니셜로 지었을 정도인데. 이수만 PD가 어쩌다가 나가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인지. 그리고 경영권 분쟁은 왜 벌어진 것인지. 이번 주제는 '어쨌든 이수만 없는 SM엔터' 입니다. SM엔터는 K팝의 원조라고 할 수 있어요. 1996년 H.O.T의 성공으로 K팝이란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이후에 SES,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등 K팝 역사에 남을 아이돌을 줄줄이 배출했어요. 요즘은 BTS, 뉴진스의 하이브나 블랙핑크의 YG엔터, 트와이스의 JYP에 조금 밀리는 것 같지만 SM엔터에는 EXO,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이 건재합니다. SM엔터의 최대 경쟁력은 사실 이런 아이돌보다 이수만 PD였죠. 거의 모든 아이돌을 기획하고, 프로듀싱하고, 관리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에선 꽤 오래전 손을 뗐습니다. 2010년 등기이사에 물러난 뒤 임원을 맡지 않았습니다. 대신 처조카 이성수 씨와 슈퍼주니어 매니저 출신 탁영준 씨를 공동대표로 세웠습니다. 사외이사도 이수만 PD의 고교 동창이고. 경영진 거의 전부가 이수만 PD 지인입니다. 결국 최종 의사결정은 이수만 PD가 했을 겁니다. 다만 법적인 책임은 안 졌어요. 경영권 분쟁의 빌미는 사실 이수만 PD 본인이 제공했죠. 개인 회사를 통해 일종의 '통행세'를 받은 부분입니다. 이수만 PD는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서 SM엔터 매출의 6%를 매년 가져갔어요. '프로듀싱에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전부 관여가 되어 있으니까, 자신 몫을 받아야 한다' 이게 이유였습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수수료로 받은 게 대략 1600억원쯤 된다고 합니다. 이수만 PD 입장에선 내가 다 한 거다. 그러니까 내 몫을 떼는 게 당연하다. 이럴 수 있는데. 회사 주주들 입장에선, 이 탓에 이익을 많이 못 내지 않냐. 수수료 같은 거 떼서 개인적으로 가져가지 말고, 회사 이익을 늘려서 배당받아라. 그래야 다른 주주들도 공평하게 이익을 받는다. 그리고 어차피 네가 최대주주니까 배당하면 제일 많은 몫을 받지 않냐. 이렇게 따졌습니다. 사실 제조업이나 다른 산업 같으면 이런 식의 통행세는 말이 안 되죠. 문제의 소지가 큽니다. 그런데도 수수료를 받은 것은 엔터 산업의 특수성 때문인데요. 이수만, 박진영, 양현석. 이런 프로듀서들의 노하우와 역량이 회사에 절대적이잖아요. 이걸 빌미로 계속 돈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런데도 받아들이기가 주주 입장에서 쉽지 않았을 겁니다. SM엔터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다가 진짜 딱 걸린 게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란 곳 때문이에요. 여기가 2022년 주주총회 때 SM엔터에 감사 한 명을 선임하는 데 성공해요. 이수만 PD가 넘 해 먹는다. 우리가 들어가서 장부 보겠다. 얼라인은 지분이 당시에는 1%도 채 안 됐고, 지금은 1% 조금 넘는 수준인데. 이걸 어떻게 관철했냐면, 국민연금 같은 지분 많이 보유한 대형 기관의 동의를 받아요. 이수만 PD가 매출의 6%나 떼가는 것도 사실 얼라인이 들어가서 밝혀낸 겁니다. 그전에는 계약 구조를 짐작만 했을 뿐이지 정확히는 몰랐거든요. 얼라인은 그리고 SM엔터 경영진을 압박하죠. 이거 문제 되면 당신들도 재판 받을 수 있다. 통행세 이런 거 끊어 내고 주주가치를 높여라. 사실 경영진도 모를 리 없죠. 문제의 소지는 있는데, 이수만 PD니까 어쩌지 못하고 그냥 유지했을 겁니다. 근데 명분이 너무 확실해서 작년 9월 덜컥 받아들입니다. 올해부터 라이크기획에 수수료 6% 안 주겠다. 선언합니다. 얼라인은 사실 요즘 SM엔터 말고도 시중은행 7곳에 이자 장사로 번 돈을 주주에게 배당하라고 요구해서 기관, 개인 할 것 없이 큰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힘이 적지 않습니다. SM엔터 경영진은 또 주주총회 열어서 이사회도 투명하게 바꾸겠다. 이수만 PD 지인 이런 분들 내보내고, 객관적으로 경영 판단 할 수 있는 인물들로 채우겠다고 약속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이수만 PD에 의존하지 않고, 프로듀싱을 다각화 하겠다. 이런 개편안들을 최근까지 줄줄이 내놓습니다. 다 얼라인이 요구한 것들입니다. 근데 결정적으로 카카오를 끌어들입니다. 카카오엔터를 상대로 신주 발행해서 지분 9.05%를 확보해 주기로 합니다. 신주가 발행되면 기준 주주의 지분이 희석돼 이수만 PD 지분은 기존 18.78%에서 16.7%로 쪼그라드는데요. 그러니까 명분을 제시한 얼라인, 결정권이 있는 경영진, 그리고 '전주' 역할을 하는 카카오가 한 편을 먹고 이수만 PD를 몰아내고. 더 나아가 지분까지 낮추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 이건 이쪽 표현이고, 이수만 PD 입장에선 쿠데타를 일으킨 겁니다. 이수만 PD가 제대로 한 방 먹은 거죠. 자기 받는 돈도 안 준다고 하고, 지분도 무력화하고. 이수만 PD는 하는 수 없이 안 쓰려고 했던 '히든카드'를 씁니다. 하이브에 자기 지분을 팔아요. 2023년 2월 10일 전격 매각을 발표합니다. 팔기로 한 지분은 14.8%. 가격은 1주당 12만원, 총 매각액 4228억원. 이게 대단한 것이. 우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크게 받았어요. 이 거래 전날 주가가 9만8500원. 그럼 21%가량 비싸게 판 건데. 근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고. 시점을 더 뒤로 하면 사실상 두 배 받은 겁니다. 이수만 PD가 원래 2~3년 전부터 계속 주식을 팔겠다고 했거든요. CJ E&M하고 협상했다 틀어지고, 카카오엔터와 협상했다가 틀어지고. 근데 이 매각을 논의할 때 SM엔터 주가가 얼마였냐면 5만원대. 딱 1년 전 이맘때 저점 찍은 게 5만4500원이거든요. 근데 두 배 넘게 더 받은 겁니다. 이수만 PD에게 주는 수수료 끊으라고 압박한 얼라인이 사실은 주가를 다 띄워 놨어요. 경영개선 요구하면서요. 원래 팔기로 했다가 취소하고, 지금 이 시점에 판 게 이수만 PD 입장에선 2000억원 더 받은 겁니다. 얼라인에 한턱 크게 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또 하나는 매각 상대인데. 원래 하이브에는 안 팔 거다. 이렇게 많이들 봤어요. 그래도 이수만 PD의 자존심이 있는데. CJ나 카카오는 대기업이니까 팔 수 있다고 치고. 또 엄밀히 말해선 경쟁 상대도 아니까. 그런데 하이브는 다르죠.하이브는 SM엔터를 가장 위협하는 경쟁상대죠. 또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서울대 후배, 그것도 까마득한 후배이기도 하고. 하이브 설립도 2005년이니까 창업도 훨씬 늦었고. 물론 BTS로 한방에 떴지만 그래도 내가 낫지. 이런 맘이 이수만 PD 입장에선 없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카카오가 치고 들어오니까, 방시혁 의장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이브는 현재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1강이죠. 예전에는 SM, JYP, YG가 3강이었는데. BTS가 빌보다 장악하고 하이브가 다 제쳤어요. 증시에서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SM JYP YG 다 합한 것보다 더 큽니다. 이것도 BTS 군대 문제 때문에 떨어진 것이고. BTS가 완전체가 되고, 뉴진스가 탄력을 받으면 주가는 올라갈 여지가 큽니다. 여기에 SM엔터까지 가져간다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 같은데요. SM엔터 주주들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원래 명분에선 카카오, 얼라인, 현 경영진이 앞서고 있었는데요. 실리 면에서 보면 지금 하이브가 낫다는 평가입니다. 기존 SM엔터 주주들은 주가 잘 띄워주고 회사 가치 높여줄 하이브와 이수만 PD 간 협력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이브는 여기에 일반 주주들에게 '당근'도 줬죠. 이수만 PD 지분 말고, 다른 투자자들 지분도 사서 40%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매입 가격을 이수만 PD와 동일한 주당 12만원으로 정했어요.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관, 개인 다 준 겁니다. 이건 전례가 거의 없어요. 당연히 주주 입장에선 좋은 일입니다. 또 이수만 PD는 카카오엔터가 SM엔터 지분을 받아 가는 게 불법이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SM엔터 정관상 긴급한 자금조달 필요성이 있을 때만 제 3자, 그러니까 카카오 같은 회사에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수만 PD가 소송을 제기하고, 이 소송에서 이긴다면 카카오엔터는 '나가리'가 되는 것이지요. 이쯤에서 이수만 PD는 왜 지분 팔고 나가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수만 PD는 사실 오래전부터 은퇴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1952년생으로 나이가 칠순을 넘겼죠. 과거 모든 소속 아이돌의 프로듀싱을 도맡아 했지만, 요즘은 미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합니다. 경영뿐 아니라 프로듀싱에서도 손을 뗄 때가 됐다는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이수만 PD의 두 아들에게 승계하기도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도 있습니다. 공장이 있고, 설비가 있는 제조업과 다르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사업을 물려주는 게 어렵죠. 장남 현규 씨가 승계할 것이란 말도 나왔는데 라이크기획의 통행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쏙 들어갔습니다. 이수만 PD 입장에선 회사 가치가 높을 때, 그리고 사겠다는 곳이 많을 때, 비싼 값에 팔고 돈이나 유산으로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습니다. 이건 뇌피셜 이고요. 확인은 안 됐습니다. 얼마 전 EXO의 백현이 대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는데요. 백현은 EXO에서 가장 큰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멤버인데, 앞으로 본격 활동하면 SM엔터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샤이니의 태민도 올 4월에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고, 에스파는 정규 앨범을 곧 내놓기로 했어요. 일본 단독 콘서트도 연다고 합니다. SM엔터에 여러모로 좋은 일이 많은데요. 이번 경영권 매각, 대주주의 손바뀜도 결과적으로 좋은 일 중 하나가 됐으면 합니다. 하이브든, 카카오든 새로운 주인이 오면 더 비상하길 기대합니다. 이수만 없는 SM엔터, 디즈니 버금가는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날지 눈여겨보겠어.
기획 한경코리아마켓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안재광 기자
편집 박지혜·예수아·이하진 PD
촬영 박지혜·예수아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