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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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격이 떨어졌다. 여전히 높은 미국 물가와 탄탄한 소비력에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달러 가치가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금과 달러 가격은 통상 반대로 움직인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선물인 금 4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0.10달러(1.1%) 급락한 트로이온스당 1845.3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1월 초 이후 약 5주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달러 강세가 금 가격을 끌어내렸다. 금과 같은 귀금속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 가치가 뛰어오르면 금의 체감 가격이 상승해 수요가 줄고 가격이 떨어진다.

달러 강세를 촉발한 첫 번째 요인은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다. 지난 14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6.4% 상승하며 시장 전망치(6.2%)를 뛰어 넘었다.

CPI 상승폭은 7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는 크게 웃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Fed가 예상보다 금리를 더 많이 올리고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늘어났다.

스위스 금융기업 줄리어스베어의 리서치 책임자인 카스텐 멩케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되고 보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돌아갈 경우 금과 은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반대로 경기침체 조짐이 강화돼 Fed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금과 은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인들의 소비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가 늘어난 것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미 상무부가 15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보다 3% 증가했다. 다우존스 추정치인 1.9%를 웃돌았다.

고물가에 이어 탄탄한 소비력까지 확인되자 Fed가 금리 인상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더욱이 미국은 54년 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노동시장도 뜨거워 물가 상승 압력이 해소되지 않았다.

루퍼트 롤링 키네시스 머니 시장 분석가는 "Fed가 몇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지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가 바뀌면서 금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자산 매력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