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800전' 전설 쓰기에 나선 페이커, 모래폭풍 잠재울까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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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23 스프링 시즌 1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펼쳐지는 오늘(17일) T1과 리브 샌드박스가 맞붙는다. 각각 현재 리그 1위와 3위로 최상위권에 있는 두 팀 간 대결이어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현재 3위인 리브 샌박이 승리한다면 T1과 7승 2패로 동률을 형성하며 1위 경쟁을 벌이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T1도 물러설 수 없다. 이번 주차에 리브 샌박에 이어 리그 2위인 젠지 e스포츠를 연이어 만나는 만큼 1위를 굳히기 위해선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상대 전적에선 T1이 앞선다. LCK에서 리브 샌박과 세트 기준 총 42번의 맞대결을 펼쳐 30승 12패를 거뒀다. 최근 3년 기준으로도 매치 기준 10승 3패로 높은 승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장 직전에 만난 2022 LCK 서머 시즌 2라운드에서는 리브 샌박이 승리를 거뒀다. 이번 시즌 리브 샌박이 강팀으로 꼽히는 한화생명과 KT 롤스터를 잡아냈고, 최근 젠지 e스포츠와도 명승부를 펼친 끝에 석패한 만큼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T1의 미드 라이너 페이커(이상혁)는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현재까지 LCK 통산 798세트에 출전한 페이커는 리브 샌박과의 경기에서 최초로 800전에 나선다. 2위인 디플러스 기아의 데프트(김혁규)와 100경기 이상 차이가 나는 대기록이다. 살아있는 전설인 페이커가 800전을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두 팀 간 대결의 핵심은 미드 라인이다. 클로저(이주현)는 리브 샌박이 팀적으로도 여러 번 밝혔듯 승리 플랜의 제1옵션이다. 그만큼 클로저의 캐리력이나 플레이메이킹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동안 선택한 챔피언들에서도 이 같은 성향이 드러난다. 클로저는 현재까지 아지르 7회, 아칼리 4회, 사일러스 4회 등 성장 기대치가 높은 챔피언을 주로 사용했다. 갈리오나 트위스티드 페이트 혹은 탈리야처럼 로밍을 다니며 팀적 움직임을 돕는 챔피언보다는 스스로 상황을 만들 수 있는 픽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반면 페이커는 팀과의 연계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페이커의 퍼스트 블러드(첫 킬) 관여율은 25%로 LCK 미드 라이너 중 1위다. 정글러의 갱킹이나 다른 라인으로의 로밍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페이커는 이번 시즌 아지르와 카사딘 외에도 갈리오, 세트, 탈리야 등 로밍형 챔피언을 다양하게 선택해 사용했다. 지난 1월 26일 광동 프릭스와의 경기에서는 세트를 선택해 연이은 바텀 라인 포탑 다이브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양 선수 모두가 선호하는 아지르와 이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카드가 밴픽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커는 아지르를 이번 시즌 총 8번 꺼내들어 6번 승리를 거뒀고 클로저도 7번 꺼내들어 6번 승리를 거둘 정도로 높은 숙련도를 자랑한다. 클로저가 이렐리아 같은 챔피언을 꺼내들 정도로 캐리 역할을 선호하는 만큼 페이커가 리산드라, 갈리오 등을 꺼내 안티 캐리 역할을 택할지 아니면 맞불을 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리브 샌박의 감독인 류상욱(류)은 페이커와 질긴 인연이 있다. 과거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시절 LCK 2013 서머 결승전에서 같은 챔피언인 제드를 사용한 미러전에서 솔로킬을 허용한 장면이 리그오브레전드 팬들에게 지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클로저가 페이커를 꺾어내며 스승의 복수에 성공할지, 페이커가 다시 한번 류상욱 감독에게 트라우마를 안길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