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청정국은 '옛말'…"검사·예방·치료기관 필요" [남정민의 붐바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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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1년 마약류 압수량은 역대 최다인 1295㎏이었으며 수사기관에서 붙잡은 마약류 사범만 1만6153명이었습니다.
인구 10만명당 마약 사범이 20명을 넘어가면 통제가 필요한 국가로 분류됩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10만명당 32명을 넘어섰습니다. ‘마약 청정국’은 옛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마약 문제는 연예인이나 가수 등 사회 일부 직업군에서만 발생하진 않습니다. 마약에 취한 채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경찰에 붙잡힌 경우, 클럽에서 마약이 들어간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는 경우도 심심찮게 뉴스로 접 수 있습니다.
최근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유명배우가 한명 더 늘어난 가운데 국내 유일의 마약검사 민간기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평범한 회사원 출신 장형민 대표가 설립한 이노릭슨입니다. 장 대표는 15년간 대기업 사업전략 업무를 맡아 온 회사원이었습니다. 그러다 2018년 발생한 ‘버닝썬 사태’는 장 대표의 인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장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19년 카톨릭대학교 중독 대학원에 입학해 마약 중독 예방과 치료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게임이나 알코올이 아닌 마약 중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은 대학원 통틀어 장 대표 한명이었습니다.
장 대표는 “국내는 마약 중독자 보호·치료기관뿐 아니라 마약 전문가 수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이노릭슨을 마약 예방을 위한 검사 및 치료기관으로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노릭슨의 주요 제품은 타액 마약검사 키트입니다. 3분간 입에 물고 있으면 필로폰, 대마초, 아편 등의 양·음성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마약 성분을 확인할 때는 소변검사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소변검사는 바꿔치기 문제, 인권문제 등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수사관과 마약 투약자의 성별이 달라 같이 화장실에 들어가기 어려운 경우, 혹은 차량에서 투약 의심자를 발견했는데 당장 소변 채취가 어려운 경우 등이 있습니다.
반면 타액검사는 눈 앞에서 바로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검사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장 대표는 “소변은 마약 투약 후 수 시간이 지나야 관련 성분이 검출되지만 타액은 투약한 지 5분만 지나도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대표는 “타액 마약검사 키트 ‘멀티드럭 래피드 테스트 컵’은 유럽 의료기기 규정(CE 인증)을 받았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은 아직이지만 연구실 자체조사 결과 정확도는 98%를 넘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편의성 덕분에 수사기관 등 관공서에도 지난해부터 납품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노릭슨은 3년된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미국의 대형 약물검사 서비스 기업 프리미어 바이오테크의 국내 유일 협력사이기도 합니다. 검사키트를 자체개발하기도 하지만 FDA 인증을 받은 각종 마약검사 키트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관공서 외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 클럽에서 술을 마신 뒤 이상함을 느낀 여성들도 주요 고객입니다. 간혹 ‘혹시 우리 아이가 양성이면 경찰에 신고할거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누군가를 때려잡고, 처벌을 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그 늪에서 끌어내주기 위한 ‘0단계(검사)’를 해주기 위해 이노릭슨을 세웠다”며 “설령 양성이 나왔다 하더라도 그 사실 자체만으로 형법상 처벌이 가능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마약 투약자 옆에 있다가 우연히 같이 흡입했는지, 자의로 투약했는지 타의로 투약했는지 등은 단순한 양·음성 키트 검사만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사실만으로는 법적 처벌이 불가능하며 법정에서 증거력으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이노릭슨은 올해 안에 데이트 강간 약물을 검출할 수 있는 휴대용 테스트기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장 대표는 “인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이고 불시적인 마약 검사를 해야하는 직장이 있다”며 “아직까지는 법규도 마련돼있지 않고 관련 인식도 부족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체계적인 검사제도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관련 논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16년 당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제출한 260쪽짜리 ‘사업장 마약검사기관 관리제도 적정화 연구(용역연구개발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공무원, 의사, 약사 등의 직업군과 항공기조종사, 철도기관사, 운전기사 등 다수의 인명을 다루는 직업군에서 마약류 투약자의 면허취득 을 제한하고 있지만 채용 및 면허 취득시에만 검사를 하고 있어 추후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어 “마약류에 관한 검사방법의 표준화와 검사기관의 관리 및 능력향상을 위해서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 법제화에 대한 논의도 구체적으로 이뤄졌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 탄핵 등의 이유로 흐지부지 된 후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 대표는 처벌위주의 정책으로는 마약문제를 뿌리뽑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선제적으로 검사하고, 중독을 예방하는 사회적 기반을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약 중독으로부터 우리 사회, 특히 아이들을 구하는 데 이노릭슨이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인구 10만명당 마약 사범이 20명을 넘어가면 통제가 필요한 국가로 분류됩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10만명당 32명을 넘어섰습니다. ‘마약 청정국’은 옛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마약 문제는 연예인이나 가수 등 사회 일부 직업군에서만 발생하진 않습니다. 마약에 취한 채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경찰에 붙잡힌 경우, 클럽에서 마약이 들어간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는 경우도 심심찮게 뉴스로 접 수 있습니다.
최근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유명배우가 한명 더 늘어난 가운데 국내 유일의 마약검사 민간기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평범한 회사원 출신 장형민 대표가 설립한 이노릭슨입니다. 장 대표는 15년간 대기업 사업전략 업무를 맡아 온 회사원이었습니다. 그러다 2018년 발생한 ‘버닝썬 사태’는 장 대표의 인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습니다.
대한민국에 마약이 이렇게 공공연하게 퍼져있고, 특히나 10~20대 젊은 층들이 자기도 모른 채 마약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국내 마약중독자 규모는 10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처벌받을까 두려워 치료는 커녕 검사조차 받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죠.
마약 중독을 막을 정부 정책은 빈약하고, 관련 민간 사업도 전무했습니다. 누군가는 마약의 늪에서 애들을 끌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장형민 대표
이후 장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19년 카톨릭대학교 중독 대학원에 입학해 마약 중독 예방과 치료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게임이나 알코올이 아닌 마약 중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은 대학원 통틀어 장 대표 한명이었습니다.
장 대표는 “국내는 마약 중독자 보호·치료기관뿐 아니라 마약 전문가 수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이노릭슨을 마약 예방을 위한 검사 및 치료기관으로 키우는 것이 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노릭슨의 주요 제품은 타액 마약검사 키트입니다. 3분간 입에 물고 있으면 필로폰, 대마초, 아편 등의 양·음성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마약 성분을 확인할 때는 소변검사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소변검사는 바꿔치기 문제, 인권문제 등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수사관과 마약 투약자의 성별이 달라 같이 화장실에 들어가기 어려운 경우, 혹은 차량에서 투약 의심자를 발견했는데 당장 소변 채취가 어려운 경우 등이 있습니다.
반면 타액검사는 눈 앞에서 바로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검사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장 대표는 “소변은 마약 투약 후 수 시간이 지나야 관련 성분이 검출되지만 타액은 투약한 지 5분만 지나도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대표는 “타액 마약검사 키트 ‘멀티드럭 래피드 테스트 컵’은 유럽 의료기기 규정(CE 인증)을 받았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은 아직이지만 연구실 자체조사 결과 정확도는 98%를 넘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편의성 덕분에 수사기관 등 관공서에도 지난해부터 납품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노릭슨은 3년된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미국의 대형 약물검사 서비스 기업 프리미어 바이오테크의 국내 유일 협력사이기도 합니다. 검사키트를 자체개발하기도 하지만 FDA 인증을 받은 각종 마약검사 키트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관공서 외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 클럽에서 술을 마신 뒤 이상함을 느낀 여성들도 주요 고객입니다. 간혹 ‘혹시 우리 아이가 양성이면 경찰에 신고할거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누군가를 때려잡고, 처벌을 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그 늪에서 끌어내주기 위한 ‘0단계(검사)’를 해주기 위해 이노릭슨을 세웠다”며 “설령 양성이 나왔다 하더라도 그 사실 자체만으로 형법상 처벌이 가능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마약 투약자 옆에 있다가 우연히 같이 흡입했는지, 자의로 투약했는지 타의로 투약했는지 등은 단순한 양·음성 키트 검사만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사실만으로는 법적 처벌이 불가능하며 법정에서 증거력으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이노릭슨은 올해 안에 데이트 강간 약물을 검출할 수 있는 휴대용 테스트기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건강검진 할 때 소변검사를 하기 위해 길다란 검사지를 종이컵에 담잖아요. 그정도 크기의 검사지를 술컵에 담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개발 중입니다.이노릭슨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이나 정부기관을 대상으로도 마약 검사를 할 수 있게끔 검사키트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1980년대부터 군인, 운송업, 항공업 등 특정 직군 종사자에 한해서는 마약 검사를 의무화했습니다.
스스로의 방어하는 것 말고는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습니다. 가능한 많은 젊은 층들을 마약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형민 대표
장 대표는 “인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기적이고 불시적인 마약 검사를 해야하는 직장이 있다”며 “아직까지는 법규도 마련돼있지 않고 관련 인식도 부족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체계적인 검사제도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관련 논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16년 당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제출한 260쪽짜리 ‘사업장 마약검사기관 관리제도 적정화 연구(용역연구개발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공무원, 의사, 약사 등의 직업군과 항공기조종사, 철도기관사, 운전기사 등 다수의 인명을 다루는 직업군에서 마약류 투약자의 면허취득 을 제한하고 있지만 채용 및 면허 취득시에만 검사를 하고 있어 추후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어 “마약류에 관한 검사방법의 표준화와 검사기관의 관리 및 능력향상을 위해서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 법제화에 대한 논의도 구체적으로 이뤄졌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 탄핵 등의 이유로 흐지부지 된 후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 대표는 처벌위주의 정책으로는 마약문제를 뿌리뽑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선제적으로 검사하고, 중독을 예방하는 사회적 기반을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마약 중독으로부터 우리 사회, 특히 아이들을 구하는 데 이노릭슨이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