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실적 '이상 무'…소송 장기화에 중국 판매사 계약 차질 우려
대웅제약메디톡스 간 균주 소송전이 장기화되면서 증권가에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중국 판매사 계약 지연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판매사 계약이 완료될 것이란 당초 예상 보다 늦어진데다 대웅제약이 1심 판결에서 완패하면서다.

16일 하나증권 등 증권사 10곳은 대웅제약에 대한 투자의견 리포트를 냈다. 대웅제약이 전날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컨퍼런스 콜을 진행했다.

10개 증권사는 모두 대웅제약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올해 실적도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펙수클루와 엔블로 등 기존 사업은 올해도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한 올해 실적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나보타 소송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목표주가는 하향 조정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15일 보툴리놈 톡신 균주 도용 민사 1심 판결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인용될 경우 2심 재판까지는 국내와 미국 나보타 사업은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올투자증권 상상인증권 하나증권 DB금융투자 등은 대웅제약이 균주 소송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 중 하나를 나보타 중국 판매사 계약 지연으로 꼽았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파트너사가 법적 불확실성을 감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에볼루스에 준하는 공급가 조건으로 체결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즉 제3자가 아닌 자체 유통채널을 고려하거나 마케팅 비용 지원 등을 고려하지 않고서 공격적인 중국 판매는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대웅제약은 균주 소송 1심 판결 직전에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는 중국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2023년 중국 물량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나보타 공장 증설 계획도 밝혔었다. 하지만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는 나보타 중국 진출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판매사 계약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를 단행한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관투자자는 “중국 판매사 계약이 2022년 하반기에서 2023년으로 관측해왔는데, 컨퍼런스 콜을 들어보니 올해도 불투명한 것 같다”며 “판매사 계약 이벤트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7월 중국에서 나보타의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1월 중국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나보타의 임상 데이터를 제출하고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을 했다. 하지만 중국 판매사 계약 여부는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경쟁사들은 중국 임상 착수 전부터 현지 파트너사 선정했다. 휴젤은 2014년 사환제약 파트너십 체결, 2017년 중국 임상 3상에 착수했다. 메디톡스는 2015년 블루미지바이오테크놀로지와 합작법인 메디블룸차이나 설립, 2017년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제테마는 2021년 파트너사 계약 체결, 올해 1월 중국 임상 1/2상 계획서(IND) 승인을 받았다.

업계는 대웅제약이 중국 현지 판매사 없이 직접 유통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중국은 품목허가 이후 절차가 더 복잡하다. 독소 제품 판매를 위해서는 란저우생물학연구소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란저우생물학연구소는 중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정식 승인 제품 BTXA를 판매하는 경쟁사다. 중국 특유의 문화인 일명 꽌시(關係) 없이는 중국 현지에서 독소 허가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웅제약은 소송전이 중국 판매사 계약에 전혀 타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품목허가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판매사 계약은 품목허가를 받고 나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2월 16일 16시37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