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5년간 2조9000억원 상당의 자사주 전량을 소각한다. 주당 ‘최소 2000원’의 배당금도 유지한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3년간 최대 4조원을 바이오사업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3조원 자사주 소각…"주주가치 제고"
삼성물산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주주환원 정책 및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안정적 주주환원 기조를 유지하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5년간 보유 자사주 전량을 분할 소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는 보통주 2471만8099주(13.2%), 우선주 15만9835주(9.8%)로 약 2조9000억원 규모다. 소각 규모는 매년 이사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자사주 매입, 배당보다 더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으로 평가된다.

배당정책은 유지한다. 삼성물산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관계사에서 받는 배당수익의 60~70% 수준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계획이다. 주당 최소 2000원의 배당금이 지급될 것이란 게 삼성물산의 설명이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책도 내놨다. 태양광,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배터리 재활용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 사업을 확대한다. 바이오프로세싱, 의약품 개발연구 수탁, 차세대 치료제 분야 혁신 기술 투자 등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진입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상품·서비스 고도화와 디지털전환(DX)도 추진한다.

투자 규모는 3년간 기존 사업과 신사업에 각각 1조5000억~2조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선제 대응하고, 안정적 재무 구조를 기반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창출할 수 있는 재원의 대부분을 투자에 최우선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낼 수조원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는 달리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거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적이 없다. 재계 관계자는 “무보수 경영을 하고 있는 이 회장 입장에서 개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소각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는 향후 보유 주식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함께 발표된 배당 확대 정책도 현금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시장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년간 연 주주환원 총액은 배당 약 4000억원, 자사주 소각 약 6000억원 등 시가총액의 4.8%에 해당하는 1조원이 될 것”이라며 “주주가치 제고 강화, 자사주의 잠재적 매도 물량 리스크 해소 등을 고려할 때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3.77% 오른 11만5500원에 마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