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기준금리는 왜 두 가지일까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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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금융완화 10년, 기로에 선 일본 ②
단기금리·장기금리 두가지 운영하는 일본은행
대규모 금융완화 한계에 따른 '고육책'
디플레 탈출은 못하고 부작용만 늘어나
수익률 곡선왜곡 해소 위해 변동폭 늘렸더니
日銀 기대와 달리 금리만 오르고 왜곡 더 심해져
단기금리·장기금리 두가지 운영하는 일본은행
대규모 금융완화 한계에 따른 '고육책'
디플레 탈출은 못하고 부작용만 늘어나
수익률 곡선왜곡 해소 위해 변동폭 늘렸더니
日銀 기대와 달리 금리만 오르고 왜곡 더 심해져
지난 12월20일 일본은행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10년 만에 처음으로 금융완화를 축소했다. 0%인 장기금리의 변동허용폭을 연 ±0.25%에서 ±0.50%로 확대했다. 0.25%였던 장기금리가 0.5%로 오르면서 사실상 금리를 인상한 결과를 낳았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국채 수익률 곡선의 왜곡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장기금리의 상한폭을 0.25%에서 0.5%로 늘리면 움푹 꺼진 10년물 수익률이 솟아 오르면서 국채 수익률 곡선이 정상적인 우상향의 모습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기대와 달리 깜짝 결정 이후 수익률 곡선 왜곡은 더 심해졌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예상대로 0.5% 가까이 높아졌지만 나머지 만기별 국채 수익률이 더욱 치솟은 탓이다.
일주일 후인 12월27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4%대 중반인 반면 잔존 만기가 8년과 9년인 국채의 금리는 0.48~0.50%로 더 높았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유지를 결정한 1월18일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금리가 떨어지긴 했어도 9년물 금리가 0.5%를 넘은 반면 10년물 금리는 0.41%인 왜곡이 이어졌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완화정책을 축소한 것을 두고 투자자들이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출구를 향해 첫발을 내딛었다"라고 해석한 탓이었다. 해외 헤지펀드들이 일본 국채를 집중적으로 공매도하면서 수익률 왜곡은 더욱 심해졌다.
나홀로 금융완화, 헤지펀드의 국채 공매도 등 수익률을 왜곡시키는 다양한 요인들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은행의 장단기금리조작(수익률곡선통제)이다. 중앙은행이 장기금리까지 붙들고 있으니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장기금리를 통제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과 자금을 거래할 때 사용하는 7일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의 금리를 기준금리로 삼는다.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이 상대적으로 통제하기 쉽다. 주로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이 거래할 때 사용하는 금리이기 때문이다.
반면 장기금리는 시장의 규모도 크고 투자자들도 다양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도 일본은행이 장기금리까지 통제하는 이유는 10년째를 맞은 대규모 완화정책이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구로다 총재가 취임한 직후인 2013년 4월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를 시작했다. 당시 구로다 총재는 "2년 내에 일본은행의 물가목표인 2%를 달성해 일본을 만성 디플레이션에서 끌어내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의 호언장담과 달리 일본은 만성 디플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머쓱해진 일본은행이 2016년 1월 꺼내든 마이너스금리 정책이다.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남는 돈(당좌예금)에 이자를 주기는 커녕 수수료를 떼겠다는 상식 밖의 정책은 시장에 돈 폭탄을 떨어뜨려서라도 물가를 올리겠다는 극단적인 카드였다.
그런데도 물가는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부작용만 튀어나왔다. 단기금리 뿐 아니라 장기금리까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시장은 일본이 10년 후에도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지 못할 정도로 일본 경제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였다. 예금 이자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들이 고사 위기에 빠졌다. 그로부터 8개월 뒤인 2016년 9월 마이너스금리의 부작용을 잡겠다며 내놓은 것이 단기 금리 뿐 아니라 장기금리까지 통제하는 장단기금리조작이다.
단기금리는 연 -0.1%, 장기금리는 0%로 두 지점을 받쳐서 수익률 곡선이 힘없이 처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정책이었다. 2012년 12월 집권한 아베 신조 전 총리 정권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아베노믹스)을 실시하면서 일본의 국가 부채는 무서운 속도로 불어났다. 수익률 곡선이 처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장단기금리정책은 어느새 금리 수준을 낮게 유지해 일본 정부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덮치고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장단기금리정책은 일본의 국채 수익률을 왜곡시키는 장애물이 됐다. 그런데도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해외 헤지펀드들은 현재 일본의 상황을 지난해 초 유럽연합(EU)과 같다고 해석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금리를 제로(0)로 내렸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물가가 치솟으면서 ECB는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했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경쟁이라도 하듯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글로벌 투기자금들은 장단기금리정책의 부작용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일본은행이 출구전략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일본의 통화 정책을 두고 일본은행과 글로벌 투기자금의 대결 구도가 생겨난 이유다. 글로벌 투기자금이 말하는 장단기금리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은 무엇이고 일본은행은 또 어떤 대책을 준비했을까. 대규모 금융완화 10년, 기로에 선 일본③에서 계속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국채 수익률 곡선의 왜곡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장기금리의 상한폭을 0.25%에서 0.5%로 늘리면 움푹 꺼진 10년물 수익률이 솟아 오르면서 국채 수익률 곡선이 정상적인 우상향의 모습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기대와 달리 깜짝 결정 이후 수익률 곡선 왜곡은 더 심해졌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예상대로 0.5% 가까이 높아졌지만 나머지 만기별 국채 수익률이 더욱 치솟은 탓이다.
일주일 후인 12월27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4%대 중반인 반면 잔존 만기가 8년과 9년인 국채의 금리는 0.48~0.50%로 더 높았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유지를 결정한 1월18일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금리가 떨어지긴 했어도 9년물 금리가 0.5%를 넘은 반면 10년물 금리는 0.41%인 왜곡이 이어졌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완화정책을 축소한 것을 두고 투자자들이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출구를 향해 첫발을 내딛었다"라고 해석한 탓이었다. 해외 헤지펀드들이 일본 국채를 집중적으로 공매도하면서 수익률 왜곡은 더욱 심해졌다.
나홀로 금융완화, 헤지펀드의 국채 공매도 등 수익률을 왜곡시키는 다양한 요인들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은행의 장단기금리조작(수익률곡선통제)이다. 중앙은행이 장기금리까지 붙들고 있으니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장기금리를 통제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과 자금을 거래할 때 사용하는 7일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의 금리를 기준금리로 삼는다.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이 상대적으로 통제하기 쉽다. 주로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이 거래할 때 사용하는 금리이기 때문이다.
반면 장기금리는 시장의 규모도 크고 투자자들도 다양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도 일본은행이 장기금리까지 통제하는 이유는 10년째를 맞은 대규모 완화정책이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구로다 총재가 취임한 직후인 2013년 4월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를 시작했다. 당시 구로다 총재는 "2년 내에 일본은행의 물가목표인 2%를 달성해 일본을 만성 디플레이션에서 끌어내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의 호언장담과 달리 일본은 만성 디플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머쓱해진 일본은행이 2016년 1월 꺼내든 마이너스금리 정책이다.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남는 돈(당좌예금)에 이자를 주기는 커녕 수수료를 떼겠다는 상식 밖의 정책은 시장에 돈 폭탄을 떨어뜨려서라도 물가를 올리겠다는 극단적인 카드였다.
그런데도 물가는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부작용만 튀어나왔다. 단기금리 뿐 아니라 장기금리까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시장은 일본이 10년 후에도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지 못할 정도로 일본 경제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였다. 예금 이자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수익을 내는 금융회사들이 고사 위기에 빠졌다. 그로부터 8개월 뒤인 2016년 9월 마이너스금리의 부작용을 잡겠다며 내놓은 것이 단기 금리 뿐 아니라 장기금리까지 통제하는 장단기금리조작이다.
단기금리는 연 -0.1%, 장기금리는 0%로 두 지점을 받쳐서 수익률 곡선이 힘없이 처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정책이었다. 2012년 12월 집권한 아베 신조 전 총리 정권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아베노믹스)을 실시하면서 일본의 국가 부채는 무서운 속도로 불어났다. 수익률 곡선이 처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장단기금리정책은 어느새 금리 수준을 낮게 유지해 일본 정부의 부채 부담을 줄여주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덮치고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장단기금리정책은 일본의 국채 수익률을 왜곡시키는 장애물이 됐다. 그런데도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해외 헤지펀드들은 현재 일본의 상황을 지난해 초 유럽연합(EU)과 같다고 해석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금리를 제로(0)로 내렸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물가가 치솟으면서 ECB는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했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경쟁이라도 하듯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렸다. 글로벌 투기자금들은 장단기금리정책의 부작용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일본은행이 출구전략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일본의 통화 정책을 두고 일본은행과 글로벌 투기자금의 대결 구도가 생겨난 이유다. 글로벌 투기자금이 말하는 장단기금리정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은 무엇이고 일본은행은 또 어떤 대책을 준비했을까. 대규모 금융완화 10년, 기로에 선 일본③에서 계속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