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가 판매하는 빅맥 세트. /한경DB
맥도날드가 판매하는 빅맥 세트. /한경DB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버거플레이션’(햄버거+인플레이션)이 매섭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16일 제품 가격을 평균 5.4% 올렸다. 빅맥 단품은 4900원에서 5200원으로 올라 처음으로 5000원을 넘어섰다. 작년 2월과 8월에 이어 1년 새 세 번째 인상이다. 이달 들어 롯데리아와 KFC도 햄버거값을 올렸고, 맘스터치도 다음달께 뒤따를 예정이라고 한다. 각종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어쩔 수 없다는 게 업체들의 해명이다.

英이코노미스트가 37년 전부터 산출

빅맥은 1968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햄버거의 아이콘’이다. 때론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제품이기도 하다. 이 햄버거는 경제학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빅맥지수(Big Mac index)를 통해 각국의 물가와 환율 수준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1986년부터 매년 1월과 7월 빅맥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빅맥지수란 국가별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다음 미국 내 빅맥 가격과 비교한 것이다. 맥도날드는 120개 나라에서 3만7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어딜 가든 표준화된 빅맥을 판다는 점에 착안했다. 만약 어느 나라의 실제 환율이 빅맥지수보다 낮다면 그 나라 통화가치는 고평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빅맥지수가 높게 나왔다면 통화가 저평가 상태라는 의미다.

빅맥지수는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구매력평가설’을 기반으로 한다. 구매력평가설은 환율이 각국 화폐의 구매력, 즉 물가 수준의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구매력평가설은 ‘일물일가의 법칙’과 연결돼 있다. 일물일가의 법칙은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한 효율적 시장에서 같은 물건은 어디서든 같은 값에 거래된다는 이론이다. 가격 차이가 생긴다면 저렴한 시장에서 물건을 떼어다 비싼 시장에서 파는 사람들이 나오고, 결국 가격이 하나로 수렴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지 현실에서 완벽하게 들어맞긴 어렵다. 이코노미스트 측도 “빅맥지수는 통화가치의 정확한 척도라기보다 환율 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하는 도구”라고 설명하고 있다.

“달러화 대비 원화 26%, 엔화 41% 저평가”

올 1월 발표된 최신 빅맥지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화는 달러에 비해 26.0%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빅맥은 한국에서 4900원에, 미국에선 5.36달러에 판매됐다. 빅맥으로 계산하면 원·달러 환율은 914.18원이 돼야 하지만 실제 환율은 1235.45원이었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한국경제신문 기자
지구상에서 빅맥이 가장 비싼 나라는 스위스(6.70스위스프랑)로 조사됐다. 스위스프랑은 달러보다 35.4%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엔화의 저평가 폭은 41.2%에 달했다. 역대급 엔저(底) 현상을 빅맥지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가난한 나라에서 햄버거가 더 싸다는 점을 고려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반영한 빅맥지수도 따로 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