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 쓰나미' 극복하려면…
새해 벽두부터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전기보다 -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큰 폭의 수출 감소와 민간소비 감소, 건설투자 부진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그나마 정부 소비지출이 상당 부분 보완했는데도 역성장으로 추락했다. 이런 추세가 새해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1월 수출은 462억7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6.6% 감소했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한국 경제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그 결과 새해 첫 달 무역수지 적자는 126억89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해 11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11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2.6% 증가한 민간소비 여건도 만만치 않다. 우선 취업자가 8만 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의 경직적 운용으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초토화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전에는 연평균 30만~40만 명씩 늘어난 취업자 증가 폭이 반에 반토막 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설상가상 1871조원(지난해 3분기 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고금리로 소비 여력이 바닥나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도 민간소비는 빈사 상태를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소비가 줄어드는데 설비투자가 늘 리 없다. 이미 제조업 가동률은 70% 수준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0.7% 성장에 이어 올해도 -3.1% 성장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역성장을 예상할 정도로 기업의 투자 여건은 말이 아니다. 고임금과 강성 노조에다 높은 세금과 각종 규제가 겹겹이 기업투자 환경을 옥죄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을 강도 높게 외치고 있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 상속세는 여전하고 연구개발세액공제, 투자세액공제도 미흡한 수준이다. 전략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반도체 공장 부지 선정부터 실제 가동에 들어갈 때까지 걸린 기간이 용인 8년, 평택 7년, 가오슝(대만)·텍사스(미국) 각각 3년, 시안(중국) 2년 등이다. 한국이 대만, 미국, 중국 대비 최소 2배에서 많게는 4배의 기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건설투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3.5% 늘어난 건설투자는 -2.2% 증가해 개선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지만 실상은 매우 심각하다. 미분양이 늘면서 금융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지난해 9월 말 163조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해 중소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부실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퇴장을 위한 ‘대주단협의회’와 ‘부실 PF 매입·정리 펀드’ 등 19조원 대책을 꺼냈다.

경제성장률은 순수출(수출-수입)증가율 소비증가율 투자증가율의 합이다. 수출 소비 투자 어느 한 분야도 만만한 상황이 아니다. 획기적인 규제 혁파, 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크게 늘어날 전망인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 올 수 있는 획기적인 관광산업 활성화 등 담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