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공사비 출구찾기'…3주구, 극적 타결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을 동시다발적으로 겪고 있는 서울 반포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재건축 대표 단지 중 하나인 반포주공1단지 제3주구(프레스티지바이래미안·사진)가 시공사와 3600억원 규모의 공사비 인상에 극적으로 합의하며 다음달 착공을 예고했다. 공사비 인상 갈등을 겪고 있는 반포지구 내 다른 단지의 협상도 물꼬가 트이며 우려했던 공사 중단 위기는 피해 가는 모양새다.

3661억원 공사비 인상 합의…내달 착공

반포 '공사비 출구찾기'…3주구, 극적 타결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공사비 인상안에 합의했다. 타결된 인상분은 3661억원으로, 공사계약 변경 및 고급화 설계에 따른 인상분을 포함한 액수다. 이에 따라 총 공사비는 1조1748억원으로 늘어난다.

시공사 측은 4062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조합에 요구했으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마라톤협상 끝에 400억원가량 줄어든 범위에서 합의했다. 공사 기간도 단축하기로 했다. 당초 44개월로 계획했던 공기를 4개월 단축한 40개월로 확정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삼성물산은 이르면 다음달 착공에 나선다. 조합 관계자는 “인상분 중 2400억원가량은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통해 연내에 의결할 예정”이라며 “검증 대상이 아닌 1200억원 역시 곧 있을 조합 총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은 공사비 인상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분양가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가산비를 적용받아 일반 분양가를 높이면 그만큼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에 따른 보류지 매각 금액의 인상도 기대하고 있다.

이 단지는 1990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 ‘재건축만 30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주 당시 대규모 이사로 인한 전세난을 우려한 서울시가 이주 연기를 요청함에 따라 주민들이 이주를 3개월 늦추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조합이 사업 속도를 높이면서 2021년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았고, 빠른 착공을 예고하면서 이르면 2026년 최고 35층, 2091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공사비 갈등’ 출구 찾는 재건축 단지들

공사비 인상 갈등은 반포 재건축 단지들의 공통적인 문제다. 반포 재건축 대장주로 평가받는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는 차별화 설계에 따른 1560억원 상당의 공사비 인상을 두고 시공사와 협상을 벌여왔다. 한때 시공사가 조합의 사업비 인출에 동의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하며 위기가 고조되기도 했으나 최근 사업비 인출 재개에 합의하면서 재건축 사업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 역시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가 협상을 수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시공사들은 반포 내 재건축 단지가 일제히 고급화 설계를 강조하고 있어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잠원동의 신반포18차 재건축 조합은 최근 총회를 통해 258억원 규모의 공사비 인상안을 의결했다. 3.3㎡당 공사비가 958만원으로 1000만원에 달한다. 시공사 측은 “실제 물가 상승 반영분은 80억원에 불과하고 설계 변경과 마감재 고급화에 따른 상승분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반포에서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원도 공사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화를 통해 빨리 공사를 진행하자는 분위기”라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조합과 시공사 모두 협상의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