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청년 천하람, 정치판 쇄신 메기 될수 있을까 [홍영식의 정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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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기수론’ 이후
스스로 일어난 청년 정치인 찾기 힘들어
1회용 ‘꽃가마 태우기’식 등장했다가
용도 다 되면 폐기되는 게 한국 청년 정치인
유럽 등 젊은 정상들, 지방의회 밑바닥부터 정치 배워
변화와 혁신이 구호만이 아닌 콘텐츠 갖추고
스스로의 힘으로 깃발 들 수 있어야
스스로 일어난 청년 정치인 찾기 힘들어
1회용 ‘꽃가마 태우기’식 등장했다가
용도 다 되면 폐기되는 게 한국 청년 정치인
유럽 등 젊은 정상들, 지방의회 밑바닥부터 정치 배워
변화와 혁신이 구호만이 아닌 콘텐츠 갖추고
스스로의 힘으로 깃발 들 수 있어야
청년 정치, 세대교체를 거론하려면 1970년 신민당 대선 경선전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40대 기수론’으로 돌풍을 일으킨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42세,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46세, 이철승 전 의원이 48세였다. 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위한 3선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신민당은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무위로 돌아가면서 무력감에 휩싸였다. 40대 기수론이 나온 배경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맨 처음 깃발을 들자 유진산 신민당 총재는 “‘구상유취(口尙乳臭)’, 입에서 젖비린내가 나는 정치적 미성년자”라고 비난했지만 거센 돌풍을 돌려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양김(金)과 이 전 의원의 이후 정치 여정을 두고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시점에만 한정해서 보자면 ‘젊은 피’답게 역동적인 경선전을 펼치면서 박정희 정권을 긴장시켰다. 결선에서 패배한 YS가 “우리는 새 역사를 창조했다. 김대중 씨의 승리는 우리들의 승리이며 나의 승리”라며 결과를 깨끗하게 받아들인 뒤 전국을 다니며 지원 유세를 펼쳤다. 그런 역동성은 곧이어 실시된 8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신민당이 44.4%의 득표율로 공화당(48.8%)을 턱밑으로 쫓아가 유신 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40대 기수론의 특징은 세 사람이 특정 계보에 기대지 않고 자력으로 바람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대부분 계파 보스가 발탁, ‘키워진 젊은 정치인’
이후 우리 정치사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간간이 불기는 했지만 이때만큼 새 피가 정치판을 한바탕 휘저은 적은 없다. 대부분 스스로 깃발을 들었다기보다 계파 보스의 선거 전략상 필요에 의한 ‘위로부터의 발탁’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서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386 운동권’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 우상호·이인영·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영길·오영식 전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었다.
다급해진 한나라당도 ‘젊은 피’ 영입에 나섰다. ‘남·원·정’으로 불린 남경필 전 의원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정병국 전 의원이 주도해 미래연대라는 모임을 만들었고 젊은 피 수혈의 산실이 됐다. 김부겸 전 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권영세 통일부 장관,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조해진 의원, 김영춘 전 부산시장, 김성식·정두언·심재철·황영철·이성헌·박종희·권택기·김정권·안영근·정태근·차명진 전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 중 상당수가 16대 총선에서 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들은 이후 여야 정당에서 주축이 됐다. ‘남·원·정’은 당시 소장파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40대 기수론’만큼 우리 정치사의 줄기를 바꿀 만큼의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2021년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30대 0선(選)의 이준석 후보가 18선의 중진을 제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세대교체의 시발점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그의 단독 드리블에 그쳤고 청년 정치를 여의도에 본격 접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1대 국회 들어 청년 정치인들이 우리 정치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을까.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청년 정치 몫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순방 중 심장병 어린이 방문을 “빈곤 포르노 촬영”이라고 비난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장 최고위원은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고선 정작 이재명 대표 ‘방탄’에 앞장서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50명은 친윤(친윤석열) 주류의 기류에 편승해 나경원 전 의원의 대표 출마에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그래 놓고 나 전 의원이 뜻을 꺾자 찾아가 위로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여든, 야든 청년 정치인들이 아직 보스 정치의 틀을 깨지 못하고 오히려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젊은 정치인들도 온통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붙잡고 가십성 말꼬리 잡기, 비아냥을 쏟아내기 바쁘고 깊이 있는 토론·숙의 민주주의를 찾기 힘들다.
청년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정치권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선거 기탁금을 비롯해 정치 진입을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의 풍토는 선거가 임박해 오면 부랴부랴 청년 인재를 찾는다며 스펙, 이름만 보고 외부에서 수혈해 ‘얼굴 마담’으로 내세우는 식이다.
여야 청년 정치인, 계파 전위대 나서 대리전 벌여 ‘실망’
정치 지망생들 스스로에게도 문제가 있다. 최근 수년간 세대교체 바람으로 등장한 유럽 등 30~40대 정상들은 10~20대 때부터 정당에 가입해 지방 의원으로 시작, 정치 수업을 받은 뒤 중앙 정치 무대로 옮겼다. 밑바닥에서부터 스스로 정치 역량을 키워 온 것이다. 계파 보스에 의해 떼밀리듯이 ‘꽃가마 태우기’ 식으로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가 역량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용도가 다 되면 폐기되는 한국 정치와 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쟁쟁한 중진을 제치고 컷오프(예비 경선)를 통과한 37세의 천하람 후보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 대표 본 경선전에는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가나다순) 후보가 올랐다. 5선의 조경태 의원과 4선의 윤상현 의원을 꺾은 무선(無選)의 천 후보는 대표 본경선 진출자 가운데 유일한 30대다. 그가 2년 전 이준석 전 대표의 사례와 같이 정치판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아니면 조커 역할에 그칠까.
천 후보는 유력 계보 보스 또는 중앙당에 의해 발탁된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구 출신인 그는 2020년 4·15 총선 때 국민의힘 험지로 분류되는 인천 연수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하자 전남 순천(갑)에 내려가 출사표를 던졌다. 지역 구도 타파를 내세웠지만 당시만 해도 이름 석자를 알리려는 1회성이라며 진정성에 의문을 던지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부인과 아들·장인·장모 모두 순천으로 옮겨와 지금까지 당협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 대표 도전 이유에 대해 “젊은 정치인으로서 계파 정치가 부활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이번 기회에 당을 제대로 혁신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의 과제도 있다. 그에겐 ‘이준석계’라는 굴레가 있다. 이 때문에 그도 역시 계보에 의존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최고위원 컷오프을 통과한 김용태·허은아·이기인(청년 최고위원 몫) 후보와 함께 2월 12일 오찬 간담회를 열고 “전당대회 과정부터 변화의 바람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이 전 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천 후보는 자신은 짜장면, 이 전 대표는 마라탕에 비유하며 자신이 이 전 대표보다 당을 훨씬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들끼리 벌써부터 계파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최고위원 컷오프를 통과한 친윤계 장예찬(35) 후보의 ‘계파 잔잔바리’ 발언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는 등 비전 경쟁보다는 기존 정치권에서 익히 봐 왔던 구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 청년 후보들이 청년 정치의 새싹을 보여줄 수 있느냐의 여부는 이들이 외치는 변화와 혁신이 단순 구호만이 아닌 콘텐츠로서 얼마나 뒷받침하느냐, 스스로의 힘으로 얼마나 일어서느냐에 달렸다.
홍영식 논설위원
양김(金)과 이 전 의원의 이후 정치 여정을 두고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시점에만 한정해서 보자면 ‘젊은 피’답게 역동적인 경선전을 펼치면서 박정희 정권을 긴장시켰다. 결선에서 패배한 YS가 “우리는 새 역사를 창조했다. 김대중 씨의 승리는 우리들의 승리이며 나의 승리”라며 결과를 깨끗하게 받아들인 뒤 전국을 다니며 지원 유세를 펼쳤다. 그런 역동성은 곧이어 실시된 8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신민당이 44.4%의 득표율로 공화당(48.8%)을 턱밑으로 쫓아가 유신 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40대 기수론의 특징은 세 사람이 특정 계보에 기대지 않고 자력으로 바람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대부분 계파 보스가 발탁, ‘키워진 젊은 정치인’
이후 우리 정치사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간간이 불기는 했지만 이때만큼 새 피가 정치판을 한바탕 휘저은 적은 없다. 대부분 스스로 깃발을 들었다기보다 계파 보스의 선거 전략상 필요에 의한 ‘위로부터의 발탁’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서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386 운동권’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 우상호·이인영·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영길·오영식 전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었다.
다급해진 한나라당도 ‘젊은 피’ 영입에 나섰다. ‘남·원·정’으로 불린 남경필 전 의원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정병국 전 의원이 주도해 미래연대라는 모임을 만들었고 젊은 피 수혈의 산실이 됐다. 김부겸 전 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권영세 통일부 장관,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조해진 의원, 김영춘 전 부산시장, 김성식·정두언·심재철·황영철·이성헌·박종희·권택기·김정권·안영근·정태근·차명진 전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 중 상당수가 16대 총선에서 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들은 이후 여야 정당에서 주축이 됐다. ‘남·원·정’은 당시 소장파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40대 기수론’만큼 우리 정치사의 줄기를 바꿀 만큼의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2021년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30대 0선(選)의 이준석 후보가 18선의 중진을 제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세대교체의 시발점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그의 단독 드리블에 그쳤고 청년 정치를 여의도에 본격 접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1대 국회 들어 청년 정치인들이 우리 정치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을까.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청년 정치 몫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순방 중 심장병 어린이 방문을 “빈곤 포르노 촬영”이라고 비난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장 최고위원은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고선 정작 이재명 대표 ‘방탄’에 앞장서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50명은 친윤(친윤석열) 주류의 기류에 편승해 나경원 전 의원의 대표 출마에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그래 놓고 나 전 의원이 뜻을 꺾자 찾아가 위로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여든, 야든 청년 정치인들이 아직 보스 정치의 틀을 깨지 못하고 오히려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젊은 정치인들도 온통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붙잡고 가십성 말꼬리 잡기, 비아냥을 쏟아내기 바쁘고 깊이 있는 토론·숙의 민주주의를 찾기 힘들다.
청년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정치권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선거 기탁금을 비롯해 정치 진입을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의 풍토는 선거가 임박해 오면 부랴부랴 청년 인재를 찾는다며 스펙, 이름만 보고 외부에서 수혈해 ‘얼굴 마담’으로 내세우는 식이다.
여야 청년 정치인, 계파 전위대 나서 대리전 벌여 ‘실망’
정치 지망생들 스스로에게도 문제가 있다. 최근 수년간 세대교체 바람으로 등장한 유럽 등 30~40대 정상들은 10~20대 때부터 정당에 가입해 지방 의원으로 시작, 정치 수업을 받은 뒤 중앙 정치 무대로 옮겼다. 밑바닥에서부터 스스로 정치 역량을 키워 온 것이다. 계파 보스에 의해 떼밀리듯이 ‘꽃가마 태우기’ 식으로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가 역량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용도가 다 되면 폐기되는 한국 정치와 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쟁쟁한 중진을 제치고 컷오프(예비 경선)를 통과한 37세의 천하람 후보가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 대표 본 경선전에는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가나다순) 후보가 올랐다. 5선의 조경태 의원과 4선의 윤상현 의원을 꺾은 무선(無選)의 천 후보는 대표 본경선 진출자 가운데 유일한 30대다. 그가 2년 전 이준석 전 대표의 사례와 같이 정치판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아니면 조커 역할에 그칠까.
천 후보는 유력 계보 보스 또는 중앙당에 의해 발탁된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구 출신인 그는 2020년 4·15 총선 때 국민의힘 험지로 분류되는 인천 연수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하자 전남 순천(갑)에 내려가 출사표를 던졌다. 지역 구도 타파를 내세웠지만 당시만 해도 이름 석자를 알리려는 1회성이라며 진정성에 의문을 던지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부인과 아들·장인·장모 모두 순천으로 옮겨와 지금까지 당협위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 대표 도전 이유에 대해 “젊은 정치인으로서 계파 정치가 부활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이번 기회에 당을 제대로 혁신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의 과제도 있다. 그에겐 ‘이준석계’라는 굴레가 있다. 이 때문에 그도 역시 계보에 의존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최고위원 컷오프을 통과한 김용태·허은아·이기인(청년 최고위원 몫) 후보와 함께 2월 12일 오찬 간담회를 열고 “전당대회 과정부터 변화의 바람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이 전 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
천 후보는 자신은 짜장면, 이 전 대표는 마라탕에 비유하며 자신이 이 전 대표보다 당을 훨씬 안정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들끼리 벌써부터 계파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최고위원 컷오프를 통과한 친윤계 장예찬(35) 후보의 ‘계파 잔잔바리’ 발언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는 등 비전 경쟁보다는 기존 정치권에서 익히 봐 왔던 구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 청년 후보들이 청년 정치의 새싹을 보여줄 수 있느냐의 여부는 이들이 외치는 변화와 혁신이 단순 구호만이 아닌 콘텐츠로서 얼마나 뒷받침하느냐, 스스로의 힘으로 얼마나 일어서느냐에 달렸다.
홍영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