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에 '부글부글'…정부도 제동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국민 분노가 거세지자 정부가 합리적인 마일리지 소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압박하고 나섰다.

19일 항공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보너스 좌석을 확대하고, 보너스 좌석 비중이 높은 특별기를 운항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보고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과 함께 기존 전체 좌석의 5% 이상인 보너스 좌석 비중을 2배가량 늘리고, 올해 성수기 한시적으로 뉴욕·로스앤젤레스·파리 노선에서 특별기 100편가량을 운항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며 사실상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좌석 확대 방안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4월 마일리지 공제율을 조정하는 스카이패스 제도를 개편한다. 현재 국내선 1개와 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 등 4개 국제선 지역별로 마일리지를 공제했지만, 앞으로는 운항 거리에 비례해 국내선 1개와 국제선 10개로 기준을 세분화한다.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공제율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보너스 좌석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근본적으로 마일리지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항공사 마일리지는 적립은 어렵고 쓸 곳은 없는 소위 '빛 좋은 개살구'"라며 "마일리지 사용 기준에 대한 합리적 검토와 진짜 개선이 필요하고, 사용 수요에 부응하는 노선과 좌석도 보완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17일에는 국민의힘이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해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 마일리지가 법적으로 제한되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국적항공사로서 국민의 은혜를 입은 항공사가 보상할 타이밍이 됐다는 메시지를 줄 뿐"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현재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이 공정한지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개편안 시행 전 공정위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해 시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권에는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 축소를, 통신업계에는 요금 선택권 확대 등을 각각 주문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유일한 국내 대형항공사(FSC)가 되는 만큼 정부가 사전에 독점 폐해를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이 장거리 노선의 공제율 인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대다수의 단거리 승객이 받는 혜택이 외면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는 고객 중 국내선 이용 고객의 비중이 50%에 가깝고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국제선 중·단거리 고객까지 포함하면 76%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일반석 장거리 항공권 구매가 가능한 7만마일 보유 고객은 전체 회원의 4%에 불과하기 때문에 장거리 노선 공제율이 올라가고 단거리 노선 공제율이 내려가면 대다수의 회원이 혜택을 보게 된다는 논리다. 또 외항사와 비교해 개편 이후 마일리지 공제율이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의 경우 마일리지 적립률을 유지하거나 상향한다고 밝혔다. 일반석의 경우 13개 예약 등급 중 7개의 마일리지 적립률을 낮췄지만, 해외 주요 항공사들이 적립률 100%에 해당하는 예약클래스를 1~4개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적립률이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이러한 해명에도 소비자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현재 단거리 노선 마일리지 사용 비중이 높은 것은 그만큼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좌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대체재인 저비용항공사(LCC)가 있는 단거리 노선보다는 선택권이 적은 장거리 노선의 마일리지 혜택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소비자들이 많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