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역대 최다인 5700여 중국 반도체 기업이 폐업했다.

19일 기업정보업체 치차차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 5746곳이 등록을 취소했다. 폐업한 반도체 기업 수는 2019년 1294곳, 2020년 1397곳이었으나 2021년 3420곳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68% 늘었다.

중국 지도부가 '기술 자립'을 내걸고 반도체 부문을 집중 지원하면서 관련 창업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9100개, 2020년 2만3700개, 2021년 4만7400개에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는 3만800개로 집계됐다. 작년 6월 말 기준 등록된 반도체 기업은 14만2900개로 조사됐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태되는 업체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제재로 중국 반도체 대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중국 반도체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설계 전문업체(팹리스)와 수탁생산(파운드리), 소재·장비, 소프트웨어 등 기타 부문으로 나뉜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는 숫자 측면에선 전체의 1% 안팎이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팹리스가 65%로 가장 많고, 소재·장비도 20%가량을 차지한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중신궈지(SMIC)는 미국의 수출 규제 등의 요인으로 작년 4분기 매출이 전분기보다 15% 감소했다. 올 1분기 매출도 작년 4분기에 비해 10∼1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창장춘추(YMTC)는 미 상무부의 수출통제 리스트에 오른 지 한 달 만에 인력 10%를 감축하고 신공장 건설을 보류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