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정 슈나이더일렉트릭 부회장이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이노베이션 서밋 코리아 2023’에서 에너지산업에 디지털 대전환(DX)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제공
인 정 슈나이더일렉트릭 부회장이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이노베이션 서밋 코리아 2023’에서 에너지산업에 디지털 대전환(DX)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제공
“공급이 충분한지보다 수요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위한 전제조건이 디지털화와 전기화입니다.”

인 정 슈나이더일렉트릭 부회장 겸 동아시아 총괄대표는 지난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세계가 직면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1836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주물공장에서 시작해 방산, 조선, 철강 등 다양한 제조 업종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1980년대부터는 전력 에너지와 산업 자동화 시장에 진출했다. 지금은 2만여 개 업체의 에너지 관리와 공정 자동화를 지원하는 등 세계 최대 에너지 솔루션업체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34억7700만유로(약 4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다국적 기업인 필립스 등에서 임원으로 근무한 인 정 부회장은 2013년 슈나이더일렉트릭에 합류했다. 그는 지난 15일 슈나이더일렉트릭 한국지사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이노베이션 서밋 코리아 2023’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행사는 ‘지속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에너지 관리와 자동화 분야의 첨단 기술에 관해 토론하기 위해 열렸다.

인 정 부회장은 슈나이더일렉트릭을 디지털 트윈을 비롯한 디지털 대전환(DX)에 성공한 회사라고 소개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세계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을 분석·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쌍둥이(트윈)처럼 똑같은 세계가 두 개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름이 붙었다. 인 정 부회장은 “설계부터 구축, 운영, 유지·보수까지 모든 개발·생산 과정의 통합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트윈을 통해 작업 환경과 사무실 및 공장을 통합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X의 핵심을 묻는 질문엔 “정보기술(IT)과 운영기술(OT)의 결합”이란 답이 돌아왔다. 소프트웨어 기술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하드웨어로 구현되는 제조 현장의 노하우가 결합하지 않으면 디지털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고객사에도 항상 IT와 OT 통합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혁신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공급 여부만 따지기에 앞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를 수요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인 정 부회장은 “발전과 송전, 소비 단계에서 각각 낭비되는 3분의 1가량의 에너지만 절감해도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들이 탄소 감축을 비용의 문제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고 했다. 탄소 감축은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기회라는 게 인 정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돈이 되는 탄소 감축의 대표적인 사례로 아시아태평양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 건물을 소개했다. 1990년대 초반에 건설된 이 건물은 2017년부터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탄소중립 건물로 탈바꿈했다. 데이터 제어 및 분석을 위해 5000개의 센서가 실내외 온도, 냉난방 상황, 조명 밝기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이 정보를 중앙 서버에 전송해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환경을 조성한다. 그 덕에 지난 5년 동안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50%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인 정 부회장은 “각종 건물의 탄소 감축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에서 신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