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3만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언급하는 등 비상대응체제에 들어갔다.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 업무를 분리한 간호법 제정안과 중범죄 의료인 면허취소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서다. 법안 추진을 강행하는 정치권과 의료계 간 ‘강 대 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고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비대위를 이끌 위원장은 추후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의료계 내 강경노선으로 알려진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등이 도전장을 냈다. 대의원회는 회의 직후 결의문을 통해 “의료 근간을 흔들고 의료를 분열하는 악법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며 “투쟁에 나선 (의사들의) 의지를 꺾으려 하면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정부·정치권과의 협상에 힘을 쏟던 의사협회가 강경노선으로 돌아서면서 국회와 보건의료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사협회는 오는 26일 총궐기대회를 통해 비대위 구성 후 첫 단체행동에 나선다. 이필수 회장은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오는 26일 총궐기대회를 열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건너뛰기로 한 민주당 결정 후 의사, 치과의사, 방사선사 등 보건의료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 영역만 분리한 별도 법안이 생기면 간호 업무가 다른 직역의 업무 범위로까지 확대돼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간호사들은 “인구 고령화 시대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숙련된 간호 인력을 확보하려면 별도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