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리틀페리의 중고차 매매단지.  조재길 특파원
미국 뉴저지주 리틀페리의 중고차 매매단지. 조재길 특파원
미국에서 '카푸어'(car poor)가 급증하고 있다. 수급 불균형으로 자동차가 가뜩이나 비싸졌는데 금리까지 오르면서 대출을 갚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미국에서 저신용자 가운데 자동차 대출이 30일 이상 연체된 비중이 9.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이후 최고치다.

무디스는 저신용자의 기준을 밝히지 않았으나 "신용점수 660점 이하의 소비자들에게 자동차 대출의 스트레스가 집중되고 있다"며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더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신용점수는 통상 300점부터 850점까지로 높을수록 신용 등급이 좋다는 의미다.

미국의 자동차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공급망 부족 등으로 급등했고, 많은 소비자가 더 많은 대출을 이용해 자동차를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자동차 경매 가격을 추적하는 만하임 중고차 가치 지수에 따르면 중고차 가격은 2021년 47% 급등한 후 지난해엔 오히려 15% 하락했다. 만약 자동차 가격이 가장 비쌌을 때 빚을 내 구매했다면 갚아야 할 이자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Fed)가 지난해 거듭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금리도 영향을 받았다.

또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넘쳤을 때는 자동차 딜러들이 상태가 좋지 않은 중고차까지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비 리스크도 커진다. 대출 연체자들이 빚을 갚지 않는 주요한 이유는 구매한 차가 더 이상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WSJ은 전했다.

중고차 대리점과 대부업체를 고소한 변호사 다니엘 블린은 "도로를 다닐 수 없는 차량을 구매한 사람들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저신용자의 대출 연체가 전체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은 지금처럼 고용시장이 좋지 않고, 일자리가 감소한다면 연체 규모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