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뮤지컬배우 테이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가수 겸 뮤지컬배우 테이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연예인 하다가 다른 일 한 달 하잖아? 연예인이 개꿀이야."

최근 가수 겸 뮤지컬배우 테이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18년 지기 가수 이석훈에게 내뱉어 화제가 된 발언이다.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자영업자로서의 고충이 여실히 드러나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연예인 테이의 삶은 정말 개꿀일까? 단언컨대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 무대에 올라 땀과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은 '개꿀'과는 거리가 있었다.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한경닷컴과 만난 테이는 "'연예인이 개꿀'이라는 말이 방송될 줄 몰랐다. 편하게 한 말이었는데 짤로도 만들어지더라. '루드윅'은 개꿀 아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봐도 꿀과 (거리가) 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20년 가까이 함께 음악을 해 온 석훈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결국 하던 일이 개꿀인 거다. 쉬운 걸 바라보고 뛰면 고통 속의 고통이다"고 덧붙였다.

테이는 현재 대학로에서 베토벤의 일생과 음악을 다룬 '루드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유년, 청년, 노년의 베토벤을 각기 다른 3명의 배우들이 소화하는 이 작품에서 테이는 노년의 베토벤을 연기한다. 2019년, 2020년에 이어 이번에만 벌써 세 번째 출연이다. 이제 '루드윅' 하면 바로 테이가 떠오를 정도다.

또 한 번 '루드윅'을 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묻자 테이는 지난해 출연했던 뮤지컬 '블루레인'을 떠올렸다. '블루레인'은 '루드윅'과 같은 추정화 연출의 작품이다. 테이는 "'블루레인'을 하면서 추정화 연출님은 색깔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글의 방향도 나랑 맞는 듯 다르기도 하다. 근데 '루드윅'은 왜 그렇게 잘 맞았을까 싶더라"고 전했다.

이어 "'루드윅'은 다른 작품을 하면서도 늘 그리워했다. 그래서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루드윅', 특히 극 중 노년의 베토벤은 유독 감정 소모가 큰 배역이다. 청각을 상실해가는 상황에서 겪는 혼란, 조카 카를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샘솟는 욕망과 그릇된 사랑, 진정한 사랑을 깨닫기까지.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켜보노라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노년 베토벤은 인터미션 없는 120분의 시간 내내 무대 위에 머문다.

테이는 "대학로 뮤지컬 중에서도 힘들기로 유명한 추정화 연출의 작품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더 힘든 '루드윅'이라 처음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시즌 때는 조금 더 편하게 이런저런 기량을 보여주려고 했고, 이번엔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분위기가) 확 변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 청년 베토벤이 누구냐에 따라 맞추는 작업이 즐거웠다. 결과적으로 무대가 즐거워졌다. 지루하지 않고 늘 새롭다"며 미소 지었다.

당초 테이는 청년 베토벤에 욕심을 냈던 바다. 하지만 이젠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했다. "마흔에 들어서니까 이제야 캐릭터가 제 몸에 맞아가는 초입에 들어온 것 같아요. '루드윅'은 제게 청약 저축 같아요. 한 3~4년 하니까 저축을 잘했다 싶달까요. 앞으로 20년은 해도 되겠다 싶어요. 이제는 청년 베토벤에는 욕심이 없습니다"(웃음) ([인터뷰+]에서 계속)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