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이 새 시즌 포부를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  /임대철 기자
이지현이 새 시즌 포부를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 /임대철 기자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무대에는 ‘대형 신인’이 여럿 오른다. ‘빅3’ 또는 ‘빅5’가 있는데, 어디에서 선정하든 꼭 들어가는 선수가 이지현(21)이다.

이지현이 경쟁자들보다 조금 더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시즌 시작을 앞두고 세계 스포츠 시장의 큰손인 나이키 모자를 쓰게 돼서다. 나이키가 KLPGA투어 선수와 ‘풀라인’ 후원 계약을 맺은 건 박지은(44), 박소혜(26), 손예빈(21)에 이어 그가 네 번째다.

최근 만난 이지현은 “나이키가 후원 계약을 제안할 때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 선수 이지현보단 조금 더 역동적인 이미지의 ‘운동 선수’ 이지현이 되고 싶다”며 “이를 보여주는 게 나이키의 ‘스우시’ 로고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나이키가 신인을 발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가 항목 중 하나가 스타성이다. 남자 골프선수를 연상케 하는 이지현의 호쾌한 스윙에 나이키가 반했다고 한다. 나이키코리아 관계자는 “이지현의 스윙은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며 “백스윙 톱에서 잠깐의 멈춤도 없이 힘껏 때리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타와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높이 샀다”고 덧붙였다.

이지현의 스윙 스피드는 KLPGA투어 최정상급이다. 시속 108마일(173㎞)에 이른다. 김세영과 미셸 위 웨스트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표 장타자들이 전성기 때나 냈던 숫자다. 이지현은 “세게 치면 캐리 거리로 240m(267야드) 정도 보낸다”고 했다.

골프장 밖에서도 이지현은 장기가 많다. 그는 “쉴 때는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미술영재반’에 들었을 정도로 잘 그린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미술과 골프를 고민하다가 붓 대신 클럽을 들었다. 그래서 그는 “전인지 선배님처럼 전시회를 여는 게 버킷 리스트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에 그림은 없다. 골프뿐이다. 지난해 12월 KLPGA투어 정규투어 자격을 얻고 처음 출전한 퍼시픽링스코리아 챔피언십에선 괜찮은 성적(35위)을 냈다. 그는 “목표가 신인왕”이라며 “가능하면 신인왕과 함께 정규투어 첫 우승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