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4이통사, 6G 선점 기회될 것…위기? 저전력·국산화로 전화위복"
미중 충돌에 불붙은 '6G 전쟁'…한국도 상용화 2년 당기며 전의
6세대 이동통신(6G) 상용화를 2030년으로 예정했던 정부가 2028년으로 2년 앞당긴 데는 미국·중국 등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자칫 기술 선도국 지위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정부는 일단 기술 선점에 성공하면 미국 주도의 디지털 인프라 공급선 등을 활용해 차세대 네트워크 분야 수출길을 개척하는 동시에 공급망 불안 상황에서도 국내 통신 시장을 보호하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미중 '통신 전쟁'에 격화된 6G 경쟁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6G 기술개발 추진전략'을 보면 현재 5G 기술과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기술 패권 경쟁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6G 주도권 확보 경쟁으로 옮겨붙는 상황이다.

미국은 통신뿐 아니라 반도체, 우주항공, 인공지능(AI) 등 국가 안보가 걸린 모든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밀어내려는 전략을 쓰고 있는 만큼, 중국이 장비 주도권을 잡은 5G 시장을 하루빨리 6G로 전환하고 싶어 한다.

전 세계 5G 특허 보유 1위(15.4%) 기업인 화웨이를 포함해 중국의 5G 장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7.7%로 절반에 육박한다.

뒤를 에릭슨(24.1%), 노키아(15.6%), 삼성전자(6.6%) 순으로 잇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이 6G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무역 제재, 우방국 연합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제지하면서 오픈랜(개방형 무선 접속망) 전환과 6G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7년까지 약 30조 원을 쏟아붓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흐름에 우리나라도 6G 상용화와 차세대 네트워크 기반 구축에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6G 상용화 일정을 2년 앞당겼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과기정통부는 2024년 6G 기술 표준화에 성공한 뒤 2026년 주요국 통신사, 제조사, 표준 전문가, 장관급 정부 관계자 등을 우리나라에 초청해 성과를 시연하는 '사전(Pre)-6G 비전 페스트'를 열고 이르면 2028년, 늦어도 2030년 안에는 상용화에 성공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2026년에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장관급 회의를 유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 '가상 네트워크' 중심 6G…저전력 과제에 AI 반도체 활용
6G를 주축으로 한 차세대 네트워크는 기지국 같은 물리적 장비(하드웨어) 중심이던 통신 서비스를 오픈랜, 가상 기지국 등의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중심 네트워크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통신 당국은 클라우드를 기반한 소프트웨어화가 일부 진행된 5G 기술을 유연성·고성능·고가용성을 특징으로 한 6G용 '클라우드 네이티브망'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소프트웨어 중심 통신 서비스가 전력 소모가 심한 점을 고려해 고효율·저전력을 구현하는 AI 반도체 기술을 통신 시설에 접목하기로 했다.

통신량 부하 예측과 대응, 사용자 최적화 서비스 같은 기술을 활용해서도 전력 사용을 최적화한다.

통신 당국은 이를 통해 무선 기지국은 기존보다 5배, 전체 네트워크 시스템은 10배 에너지 효율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중심 통신망이 활성화되면 보안 취약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 6G는 개발 단계부터 단말이나 통신 장비에 보안 기능 내재화를 추진한다.

아울러 6G 기술을 개발하면서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통신 핵심 부품을 국내 기술로 확보해 공급망 안보 이슈에 대응하고 기술 개발의 과실을 국내 중소업체가 가져가도록 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단말기, 기지국, 광통신 분야에서 최소 9가지 핵심 부품을 국산화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 주도 4개국 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안에서 디지털 인프라 공급망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며 "지난해 약 8.3%였던 국내 기업의 5G 장비 점유율을 6G 장비부터는 점유율 15%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6G, UAM·산업현장·의료 등에서 '팔방미인' 역할 기대
5G망이 주로 사용하는 3.5㎓(미드밴드) 대역대는 커버 영역은 상대적으로 넓지만 통신 수용 용량이 100MHz 수준에 그친다.

5G가 사용하는 28㎓(밀리미터파) 대역대는 용량은 800MHz로 크지만, 커버 영역이 좁아 통신사가 기지국 등 설비를 다수 설치해야 하는 부담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지 않는 문제가 있다.

6G는 7∼24㎓(어퍼미드밴드) 대역대를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5G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통신 당국은 보고 있다.

통신 당국 관계자는 "5G가 사용하는 3.5㎓ 대역과 동일한 위치에 기지국을 깔고 3.5㎓와 같은 커버리지를 제공하며 용량을 10배 제공할 수 있는 대역"이라고 어퍼미드 대역대의 장점을 설명했다.

어퍼미드 대역에 기반해 대용량·커버리지를 확보하는 '초대량 안테나 소자 기반(E-MIMO) 기술'을 개발 중이다.

6G 기술이 상용화되면 지상으로부터 최대 320m까지만 지원되는 5G의 한계를 뛰어넘어 공중 1㎞까지 통신망을 제공할 수 있다.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 사용되는 통신망이다.

이밖에 과기정통부는 6G와 다른 산업 간의 융합을 촉진하는 '6G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해 6G 상용화 초기부터 자동차, 의료,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재난·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통신 당국은 6G 상용화 계획이 앞당겨진 것이 제4 이동통신사 후보군이 5G 28㎓ 투자를 망설이게 될 요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에는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근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기술개발평가단장은 "제4 이동통신 사업자가 핫스팟 중심의 (5G 28㎓) 특화 서비스를 먼저 제공하다가 6G 상용화 뒤에 6G 사업자가 된다면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