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구소 쓸데없다" 지적에…세계 최고 권위자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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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브로 : AI 연구소는 쓸모없는 논문 발표를 중단하고, 주주가치를 높일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나(얀 르쿤) : 논문 없이 신제품은 없다. 새 AI 제품은 암호화폐와 달리 갑자기 나오는 것이 아니다.
기업체 인공지능(AI) 연구 방식을 두고 글로벌 AI 석학이 온라인상에서 설전을 벌였다. 최근 챗 GPT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열성 암호화폐 지지 세력이 '돈 안 되는 AI 연구'를 비판하자, 메타의 최고 AI 과학자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공개적으로 반박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르쿤 교수는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 등과 함께 AI '4대 구루(권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최근 "챗GPT는 특별할 게 없는 기술"이란 발언을 하기도 했다.
르쿤 교수는 20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일부 '크립토 브로'들의 비판을 언급하며 "AI 제품은 암호화폐처럼 갑자기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는 AI와 달리 깊은 연구 없이 개발된다는(pulled out of thin air) 비판을 동시에 담은 발언이었다. 게시글 조회 수는 트위터 계정을 기준으로 12만 회를 넘어섰다.
그가 언급한 '크립토 브로'는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떠오른 신조어다. 긍정보다 부정적 의미가 크다. 주로 기술적 이해 없이 무작정 암호화폐를 신봉하는 트위터상의 젊은 남성들을 지칭하는 말로, ‘도지 코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열성 지지자들을 표현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스스로 기술적 이해가 밝다며 극단적인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이들은 그간 매출액과 직결되지 못한 AI 연구를 평가절하하는 발언을 이어왔다.
다만 르쿤 교수의 의견을 재반박하는 트위터 유저들의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그럼 연구비는 어디서 나오는가", "논문이 항상 모든 산업을 발전시켜온 것은 아니다"와 같은 내용이다. 암호화폐 '솔라나'의 개발자 플랫폼을 만든 매드 머트 헬리오스 공동창업자는 "암호화, 분산 시스템, 비잔티움 장애 허용과 같은 암호화폐 기술은 깊은 연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최근 대부분의 게시글이 독기를 내뿜고 있다"며 르쿤 교수의 날선 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일부 이용자는 "챗GPT는 가치가 있다"며 과거 발언을 다시 집어내 반박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르쿤 교수가 수면 아래 있던 논쟁적 주제를 공개 국면으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실제로 챗GPT가 산업계 화두에 오르기 전까지 AI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술인지를 두고 학계와 기업체 내부에선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젠 실적을 내라"는 지적 등에 국내에서도 올해 초 네이버 본사 소속이었던 AI 연구 조직과 초거대 AI를 개발하는 '하이퍼클로바' 인력이 계열사인 네이버클라우드로 전환 배치된 사례도 있다.
조성배 연세대 AI대학원장은 "현재 대두되는 AI 기술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고, 큰 그림을 그려 나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도출되는 결과들"이라며 "기업들이 AI를 궁극적인 솔루션으로 단정하고 투자에 대한 즉각적 결과를 원하기보다 적절한 기대치를 설정하고 자사 서비스에 활용될 세부 분야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