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바다 위에서 보는 태양…스페인 테네리페 '테이데'스페인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섬 중심부에는 해발 2400m 높이의 테이데산이 있다. 이곳은 화산섬의 중심이자, 남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천문 관측 거점 중 하나인 테이데 천문대의 터전이다. 맑은 하늘, 안정된 대기, 바다 위로 솟은 지형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기후 덕분에 테네리페의 밤하늘은 별빛의 세밀한 결을 드러내기에 최적의 환경으로 평가받는다.천문대가 위치한 라스 카니아다스 고원은 낮에는 분화구 지형이 주는 황량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붉은색 현무암과 희미한 용암의 흔적이 섞인 사막 같은 지형 위로 하얀 돔 형태의 관측소들이 점점이 펼쳐져 있다. 이곳 하늘은 빛공해가 거의 없어 맨눈으로도 은하수의 구조를 담을 수 있다. 관측소 내부에서는 유럽 각국의 연구진이 행성과 태양 활동을 관측한다. 테이데 천문대는 낮엔 태양, 밤에는 별 관측이 가능해 유럽우주국(ESA)의 핵심 태양물리 연구 기지가 됐다. 태양의 흑점과 플라스마 변화를 기록하는 망원경이 여럿 설치돼 있다. 과학적 장비와 자연의 하늘이 하나의 장면으로 공존하는 광경을 관람할 수 있다.세계 첫 다크 스카이 보호구역…뉴질랜드 테카포 '마운트 존'뉴질랜드 남섬의 중심부, 마운트 쿡에 인접한 작은 마을 테카포에는 전 세계 천문 애호가들이 찾는 장소가 있다. 바로 마운트 존 천문대다. 해발 1000m의 낮은 고도지만 주변에 빛공해가 거의 없고 공기가 유난히 맑아 별빛의 명암이 구체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이 지역은 국제천문연맹이 지정한 ‘다크 스카이 리저브’로, 지구상에서도 가장 어두운 하늘을 보존하는 곳 중 하나다.낮의 마
경북 영천 보현산 정상(해발 1124m)에 자리한 보현산천문대는 연구와 천문 체험이 동시에 이뤄지는 국내 대표 천문대로 꼽힌다. 한국천문연구원 산하 광학천문대로 국내 최대 구경인 1.8m 반사망원경을 갖췄다. 한국 광학천문 연구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1996년에 준공돼 항성, 성단, 성운, 은하의 생성과 진화를 들여다보는 국가 핵심 연구 인프라이자 4채널 태양 플레어 망원경과 우주물체위험 감시 시스템 등 다양한 관측 장비를 바탕으로 국내 연구자들의 ‘최전선 실험실’ 역할을 한다.일반인을 위한 투어 프로그램도 잘 갖춰져 있어 지인들과 별을 보러 가기 좋은 곳이다. 지난 10월에 열린 ‘제22회 영천 보현산별빛축제’까지 더해지며 연구의 현장이자 시민이 별빛을 누리는 생활 속 천문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 일대는 ‘하늘을 오래 누린다’는 뜻을 품은 천수누림길도 품고 있다. 보현산천문대에서 시루봉까지 걷는 이 길은 가을이면 억새와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천천히 걸으며 하늘과 산을 함께 즐기기 좋다.수도권에서는 국립과천과학관이 대표적인 천문 명소다. 2008년 개관 당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시설로는 이례적으로 1m 반사망원경을 구비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전국에 1m급 공개 망원경이 10여 대로 늘었다. 이 정도 스펙의 망원경이면 낮에는 강한 태양광 아래에서도 밝은 별을 확인할 수 있고, 밤에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희미한 성운, 성단까지 관측할 수 있다. 돔과 함께 거대한 망원경이 천체를 추적하며 움직이는 모습은 기계가 하늘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인상을 준다.보조관측실에는 여러 형태의 광학망원경이 단단한
별은 과거의 흔적이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작은 점 하나는 수십 년, 길게는 수천 년을 날아온 빛이다. 그 불가사의한 과학적 발견 끝에서야 인류는 신화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이 말했듯이 우리 각자는 별의 먼지에 불과하지만, 그래서 별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돌아갈 정령의 고향이다.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천문 관찰을 통해 천동설을 깨기 전까지, 밤하늘은 권력의 독점물이었다. 고대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이는 황제, 제사장, 철학자 같은 노동에서 해방된 이들이었다. 그리스 자연철학의 시조 탈레스가 우물에 빠지는 것도 모를 만큼 별을 보며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낮의 노동을 감당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왕조 국가에서 하늘을 읽는 행위는 권력의 기초였다. 세종이 장영실을 앞세워 ‘자주적 하늘’을 얻으려 했던 건 당시 명나라가 정해놓은 규율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천문이 과학의 영역으로 자리 잡은 덕분에 이제 하늘은 평범한 이들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천문학 덕분에 우리는 별을 통해 지구와 인류의 시간에 관한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게 됐다. 19세기 분광학이 발전하면서 별빛 속에는 온도, 화학 조성, 속도, 연령 등 정량화 가능한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요제프 폰 프라운호퍼가 태양빛에서 흡수선을 발견한 이후 천문학은 관측 기록을 넘어서 물리법칙을 검증하는 천체물리학으로 확장됐다.현대 천문학자들은 별빛을 통해 그 별이 어떤 원소를 태웠고, 어떤 단계의 진화를 거치고 있으며, 빛이 출발하던 시점에 어떤 상태였는지를 복원한다. 특정 파장의 흡수·방출선은 항성의 온도와 성분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