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 "화해 얘기하며 상처 덧냈다"
시민사회단체 투쟁 예고…21일 대책 회의
"역사 퇴행" 특전사회 초청 5·18 행사에 비난 이어져(종합)
5·18 일부 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를 초청한 5·18 행사를 강행한 데 대해 지역사회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20일 광주시청에서 기자들과 차담회를 하고 "5·18 화해는 서로 보듬고 미래로 가기 위한 것"이라며 "어제 망월 묘역 참배와 선언식('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식)은 화해를 얘기하면서 상처를 덧내고, 미래로 가기보다 과거로 되돌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5·18 부상자회·공로자회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한 행사여서 광주시는 불미스러운 일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과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공식적인 입장 발표도 곤란했다고 강 시장은 설명했다.

강 시장은 이어 "바람직스럽지 않았다"며 "애초 주최 측 참석 요청에 답을 하지 않았고, 그 뒤 갈등이 커져 참석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도 이 행사를 두고 '역사 퇴행'이라며 비난을 이어갔다.

광주전남추모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월 역사를 왜곡하고 퇴행시키는 세력과 싸움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 단체는 "특전사동지회 최익봉 총재가 (행사 인사말에서) 학살자 계엄군을 '질서 유지'의 임무를 맡은 사람들로 둔갑시켜 극우 보수 세력이 주장하는 발언을 했는데도 5·18 두 단체 회장을 비롯해 행사 참여자들은 한마디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이 두려운지 국립 5·18 민주묘지에 도둑처럼 몰래 들어와 기습적인 참배를 강행하기까지 했다"며 "오월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자 하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월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저들에게 맞서 싸워 오월 정신을 지켜내야 한다"며 "학살자들과 부역자들에 대한 투쟁에 나서 그 승리를 민주열사들의 영전에 바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이번 행사에 축사를 보낸 정치인을 규탄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일부 정치인들의 역사 인식은 광주 시민을 더욱 분노케 했다"며 "여론이 악화하자 사과 한마디 없이 변명에 불과한 보도자료로 축사를 철회하며 해명에 나서는 등 시도민과 국민을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선행되지 않는 용서와 화해란 없다"며 "5·18이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사유화되는 문제를 바로 세워 모두의 5·18이 될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광주시당도 "용서와 포용으로 진상규명의 진전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였지만 지역사회의 갈등과 분열만 남긴 채 그 의미가 퇴색됐다"며 "일방적인 화해를 중단하고 고백과 성찰에 매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반대 여론을 외면한 채 전날 특전사동지회를 초청해 국립 5·18 민주묘지 합동 참배와 선언식을 열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을 샀다.

이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회의'는 21일 오전 광주YMCA에서 참가 단체 전체 회의를 열고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