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윤 대통령과 갈등?…'뒤통수 맞았다' 느낄 일 없게 할 것"
“국민의힘 당원 여러분,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개혁이냐 구태냐를 선택해 주십시오.”

지난 19일 오후 6시, 경북 문경전통시장.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목소리가 저녁 하늘을 갈랐다. 이날 천 후보는 최고위원에 출마한 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와 함께 동대구역을 시작으로 대구·경북 지역 여섯 곳을 돌았다. 천 후보는 “전통적 방식의 거리 유세는 당 대표 경선에서 오히려 보기 드물다”며 “당원들의 표심을 움직이려면 보수당 핵심 지역의 현장을 꼭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선거운동 현장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천 후보를 만나 그의 생각을 들었다.

▷지역을 다녀보니 당선될 것 같나.

“오늘 당장 선거해도 내가 결선 갈 거라고 본다. 일단 결선까지만 가면 당연히 현명한 당원들께서 ‘개혁의 길’을 선택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당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거라는 우려가 많다.

“대통령 측에서 저한테 뒤통수 맞았다고 느낄 필요가 없도록 할 것이다. 정당하게 경쟁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평가받는 건 얼마든지 도와드릴 생각이다. 윤 대통령이 원하는 분이 출마하는 것에 굉장히 열린 자세를 취할 것이다. 적절한 당직도 부여하고 스포트라이트도 받게 하는 등 도울 계획이다. 제가 선을 긋는 부분은 선거 직전에 낙하산 공천을 하는 것이다.”

▷‘윤핵관 퇴진’을 총선 핵심 슬로건으로 삼지 않았나.

“총선 필승 전략은 항상 자기 희생에 있다. 권력자와 가깝지만 국민들이 꼴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잘라내야지 국민들이 ‘혁신하려고 하는구나’ 생각한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끈 ‘김종인 매직’도 이해찬, 정청래 등을 잘라내며 분위기를 바꾸는 데서 시작됐다.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연판장을 쓴 의원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적절하게 심사할 것이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불편한 말일 것 같다.

“윤핵관표 공천 이미지로는 총선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민심이 중요하다. 지금은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람들도 총선에서 자기 자리가 위태로워지면 총구를 돌려 대통령에게 쏘기 시작할 거다. 오히려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우리 당이 151석 이상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당과 대통령의 관계가 훨씬 더 안정될 수 있다.”

▷총선에서 승리하는 당을 만들 비책이 있나.

“우선 당내 여론이 국민 전체의 모습과 최대한 비슷해져야 한다. 여러 정파가 있고 정파 간에 건전한 토론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당이 취약한 호남 지역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온다면 총선에서도 당연히 찍어주실 것이다. 이를 위해 소신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야기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천을 위한 공정한 경쟁의 룰이 필요하다. ‘황금 동아줄’이 없어도 비전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국민의힘 가서 정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

▷당 대표가 되면 가장 하고 싶은 건 뭔가.

“국회의원 중간 평가다. 여기서 하위 20%로 분류되면 명분 있게 퇴진할 수 있는 절차를 설계하고 실행할 거다. 반대로 상위 20%는 무조건 공천할 거다. 하위 20%를 잘라낸 자리에는 당내 보좌진과 당직자, 지방 의원 등을 대상으로 오디션과 선발 절차를 진행해 인재를 발탁하겠다.”

노경목 기자/대구·영천·의성=오유림/최해련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