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기습 발사한 뒤 이틀 만으로 올 들어선 세 번째 도발이다. 북한은 이번 SRBM이 전술핵 공격 수단인 600㎜ 초대형 방사포로 적의 비행장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거리로 볼 때 한·미 공군의 청주·오산·군산기지를 가상 타격 목표로 설정했다는 의미다.
北, 이번엔 SRBM 쐈다…청주·군산 공군기지 노린 듯

“방사포 핵 탑재엔 소형화 필요”

20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부터 7시11분까지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을 두 발 발사했다. 합참은 이들 SRBM이 각각 390여㎞와 340여㎞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평가했다. 합참은 SRBM 탐지 후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 ‘한·미·일 협력’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발사 1시간17분 만인 8시17분 관영매체로 이날 쏜 미사일이 ‘600㎜ 초대형 방사포’라고 밝혔다. 600㎜ 방사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다연장로켓포로, SRBM으로 분류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인민군 서부전선 장거리포병부대 해당 방사포병구분대가 20일 오전 7시 방사포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며 “600㎜ 방사포를 동원해 발사점으로부터 각각 계산된 395㎞와 337㎞ 사거리의 가상 표적을 설정해 방사포탄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통신은 방사포와 관련,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전술핵 공격 수단”이라며 “네 발의 폭발 위력으로 적 작전비행장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의 주요 비행장을 타깃으로 방사포가 배치돼 있음을 알렸다는 평가다. 이날 북한이 쏜 방사포의 비행거리(390여㎞ 및 340여㎞)는 발사원점(숙천)에서 각각 군산 미 공군기지, 청주 공군기지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다만 600㎜ 방사포가 핵탄두 탑재 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우리 군의 판단이다. 군 관계자는 “탄두의 직경과 중량이 소형화돼야 하는데, 그 기술을 달성했는지가 관건”이라며 “(방사포에 핵을 탑재하려면) 추가적인 핵실험이 필요하지 않겠나 평가한다”고 말했다.

미사일 추가 도발 이어질 듯

북한은 이번 도발이 전날 한·미 연합 공중훈련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미 공군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19일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를 전투기로 호위하며 연합 편대비행을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0일 담화에서 “최근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의 미군 전략적 타격 수단(전략자산)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 있다”고 위협했다. 한·미의 군사 대응에 ‘비례적’으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미 군 당국의 연합연습·훈련이 본격 시작되는 이번주 이후 북한의 도발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미는 22일 미국 워싱턴DC 국방부(펜타곤)에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하고, 다음달 중순에는 대규모 연합 군사연습(프리덤실드)을 계획하고 있다. 화성-15·17형 등의 정상 각도(35~45도) 시험발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상 각도로 쏘는 시험을 하면 일본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뜨리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태평양을 향한 무기는 중거리급 이상 미사일 발사를 의미한다”며 “‘미국의 행동 성격’을 조건부로 달았지만, 사실상 중거리급 이상의 미사일 발사 시험을 다수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