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와 러시아의 감산 계획 여파로 국제 유가가 1% 넘게 올랐다. 올해 연말 유가가 100달러 선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3월물)의 배럴 당 가격은 전장 대비 1.1% 오른 77.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미국 시장이 ‘대통령의 날’로 휴장함에 따라 거래량이 많진 않았다. 유럽 원유 거래의 기준으로 쓰이는 브렌트유의 배럴당 가격은 전장 대비 1.3% 상승한 84.0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두 유가 모두 최근 4일 연속으로 하락했다가 이날 반등했다.

21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3월물)의 배럴 당 가격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닷컴
21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3월물)의 배럴 당 가격 추이. 자료=오일프라이스닷컴
중국의 석유 수입 규모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가 올랐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드 맥킨지, FGE, 에너지 애스펙트, S&P글로벌 등 4개 컨설팅 업체는 중국의 원유 수입 규모가 올해 일당 50만~100만배럴 늘어나 최대 118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인 2020년 1080만배럴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들 컨설팅 업체와 비슷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에너지 수요 증가를 이끄는 건 휘발유와 항공기 연료다. 선 지아난 에너지 애스팩트 애널리스트는 “휘발유와 항공유가 액체 연료 수요 증가분에서 각각 50%와 30%를 차지할 것”이라며 “특히 항공유 소비는 연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90%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에너지 애스팩트와 FGE는 디젤과 나프타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증가할 것으로 봤다. 중국의 제조업과 부동산 부문의 회복에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해서다.

중국 에너지 수요 증가 전망...유가 5거래일 만에 상승 [오늘의 유가동향]
이날 골드만삭스는 경제 회복으로 중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올해 20% 상승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런던 외환중개업체인 오안다의 크레이그 엘람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중국 상황에 대한 낙관론이 원유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며 “중국은 세계 최대 수입국이고 코로나19 전환기에서 회복세가 두드러질 것이란 예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세계 3위 석유 수입국인 인도의 지난달 원유 수입량이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의 감산 계획도 유가에 상승 압박을 주고 있다. 러시아는 다음 달부터 일간 50만배럴의 석유 생산을 줄일 계획이다. 자국 생산량의 약 5%에 해당하는 양이다. 지난 10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 등으로 구성된 회의체인 OPEC플러스는 올해까지 석유 생산량 목표치를 20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한 상태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추가 감산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중국의 수요 증가와 OPEC+의 감산 계획이 맞물리면서 연말 유가가 100달러에 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9일 “향후 석유 공급 부족으로 인해 올해 말이면 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시장의 투자 부족, 셰일가스 공급 제약, OPEC의 통제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