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군사정부에 협조안해 처벌된 軍장교도 재심 요청
진실화해위, 1970년대 '조총련 간첩 조작 사건' 재심 권고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이달 14일 열린 제52차 위원회에서 1970년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간첩 조작 사건'을 진실 규명 결정하고 재심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1970년대 제주도의 한 중학교 서무주임으로 일하던 고(故) 한모 씨가 조총련과 연계된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부당하게 처벌받은 사건이다.

한씨는 조총련 관계자와 서신을 주고받고 교장관사 신축비용 명목으로 63만원을 받은 혐의(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로 기소돼 1971년 11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자격정지 3년을 확정받았다.

진실화해위 조사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한씨를 불법 연행해 호텔, 경찰서 취조실, 여관 등을 옮겨 다니며 전기기구로 고문해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

한씨의 직장동료는 진실화해위에 "한 선배부터 '거짓말이라도 해서 나오지 않으면 죽었을 것'이라며 견디기 힘든 고문을 당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한씨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인물들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소속이거나 조총련과 관계를 끊은 이들이었다.

당시 경찰도 뒤늦게 이를 확인하고서 1심 판결 약 3주 전인 1971년 2월4일 검찰에 '사실조사 결과보고' 문건을 보냈으나 법원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한씨는 1989년 사망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한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체포·가혹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심 등의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5·16 쿠데타' 직후 박정희 정권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장기간 구금당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육군 장교 방모 씨와 박모 씨 사건도 진실 규명 결정했다.

이들은 당시 영장 없이 불법 구금됐으며, 재판에 넘겨질 때까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최장 구속기간을 넘긴 사실도 확인됐다.

이후 방씨는 징역 15년을, 박씨는 무기징역을 각각 확정받았다.

특히 방씨는 2심으로 판결이 확정돼 헌법상 재판 받을 권리마저 침해당했다고 진실화해위는 지적했다.

진실화해위는 해당 장교들을 체포·구금하고 유죄 판결을 받게 하는 과정에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있었다며 국가와 국가정보원이 피해자·유족에게 사과하고 재심과 피해·명예회복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