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압수한 필로폰. 부산지검 제공
검찰이 압수한 필로폰. 부산지검 제공
검찰이 21일 태국으로부터 필로폰 약 50㎏을 밀수입한 마약밀수사범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약 165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경유지로 활용하려 했던 다른 적발 사례와는 달리 국내에 유통하려는 목적으로 마약을 들여온 것"이라며 "최근 확산세가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같은 마약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검찰은 이날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방자치단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합동수사를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필로폰 밀수조직 검거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 마약범죄특별수사팀(부장검사 박성민)은 A씨(63) 등 3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27일 태국으로부터 필로폰 약 50㎏(시가 1657억원 상당)을 부산항을 통해 밀수한 혐의다.

이들은 수출입 화물과 함께 선적되는 플라스틱 재질의 화물 운반대 안에 필로폰을 숨겨 세관을 통과했다. 검찰은 A씨를 검거한 뒤 휴대폰 디지털포렌식, 통화내역 조회, CCTV 분석 등을 통해 공범 2명 특정해 구속했다. 차명 휴대폰과 계좌를 확인해 추가 공범 및 은닉된 범죄수익을 추적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말 마약수사 강화를 위해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부활한 뒤 성과를 낸 대규모 적발 사례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외 기관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해외 마약류의 국내 유입을 원천 차단하고, 마약수사 역량의 복원·강화를 통해 마약류 밀수·유통 사범을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4개 마약수사팀 신설

검찰은 이날 전국 4개 팀 84명 규모의 특별수사팀을 출범시켰다. 팀별 본부는 서울중앙지검(25명), 인천지검(24명), 부산지검(20명), 광주지검(15명)에 설치된다. 마약 전담 검사 2~3명, 수사관 9~16명, 다크웹 수사 인력 3~4명, 유관기관 인력이 각 수사팀에 배치된다.
김보성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출범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보성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출범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특별수사팀은 대규모 마약 밀수출·수입과 의료용 마약류 불법 유통, 다크웹 등을 통한 인터넷 마약 유통을 집중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과 관세청은 미국 마약단속국(DEA) 등 각국 수사기관과의 공조 체계와 대검찰청 국제 마약조직 데이터베이스, 국가정보원 해외 마약 정보 등을 바탕으로 해외 마약의 국내 유입을 차단한다.

식약처와 지자체는 보건·의료 전문 인력과 함께 펜타닐·프로포폴·디에타민 등 의료용 마약을 불법으로 처방·유통하는 의료기관을 수사한다. KISA는 특별수사팀 내 '다크웹 전담 수사팀'을 돕고 인터넷 마약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24시간 인터넷 감시에 나설 계획이다.

검경 유기적 공조 이뤄질까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관 완전 박탈)' 법이 시행되면서 마약 범죄는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있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후 시행령 개정으로 국내 유통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할 수 있게 됐다. 검찰 수사는 밀수 범죄를 검거한 뒤 국내 유통 범죄 등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순 소지·투약 혐의를 발견하면 경찰에 인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현판. 대검찰청 제공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현판. 대검찰청 제공
일각에선 검찰과 경찰이 마약범죄를 따로 수사하고 있는 만큼, 유기적인 수사 공조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밀수 범죄를 시작으로 유통 범죄를 수사하고, 경찰은 소지·투약 사범을 검거한 뒤 상향식으로 수사하고 있다"며 "(검찰과 경찰이) 함께 수사하기 보단 더불어 수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