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반박 또 반박…확 달라진 고용부 언론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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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백브리핑
[보도반박] "노조법 개정안은 노사관계 불안, 경제적 손실 등 노사 모두, 특히 약자의 피해로 돌아가는 입법이다."
[보도설명]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법리적 문제점, 노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
[보도반박] "노조법 개정안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파업 만능주의로 미래세대 일자리에 충격을 주는 입법이다."
고용노동부가 21일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2분 간격을 두고 두 건의 메일을, 오후에도 한 건의 메일을 잇따라 보내왔습니다. 세 건 모두 '노란봉투법' 관련 기사에 대한 반박(설명)자료였습니다. 통상 고용부가 특정 기사에 대해 반박 또는 설명이 필요한 경우, 원론적인 수준의 설명자료를 내왔으나 이번에는 해당기사 한줄한줄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일방추진하고 있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지지를 표하고 있는 진보매체에 대한 대응의 고삐를 강하게 쥐는 모양새입니다.
우선 한겨레는 21일자 신문에 '노란봉투법 필요 역설한 대기업 9곳 손배 사건들'이라는 제목으로, <2021년 현대제철은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근로자가 아니므로 단체교섭 상대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46억1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현재 법이 지나치게 좁게 규정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 범위로 인해 갈등이 격렬해진 경우도 여럿 포함됐다. '정리해고'가 문제가 된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 공정방송을 요구한 문화방송(MBC)이 대표적이다> <케이이씨와 갑을오토텍은 미리 짜놓은 계획에 따라 파업을 유도한 뒤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노조를 파괴하려 했음이 드러나는 경우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현대제철 사건은 사내하청노조가 원청(현대제철)을 상대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원청 사업장(통제센터) 점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업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 기사에서 “근로자가 아니므로 단체교섭 상대방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 아님>이라고 못박았고, 쌍용차·한진중공업 사건에 대해서는 <목적뿐만 아니라 폭행·상해, 전면적·배타적 사업장 또는 생산시설 점거 등 파업의 수단도 부당하다고 보아 불법행위로 인정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언급한 기사 대목에 대해서는 "사측이 노동조합 활동을 저해하기 위한 의사를 가지고 노조 와해 목적으로 손해배상 청구 등을 악용한다면, 이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율할 문제"라고 '훈계'까지 달았습니다.
고용부의 언론대응 기조 변화가 읽히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바로 기사가 아닌 사설에까지 적극 대응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경향신문은 21일자에 '이정식 노동, 노란봉투법인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고?'라는 제목으로, 미국·유럽연합 등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넓히는 추세라며 "이 장관의 인식이 오히려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것 아니냐"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사용자 범위를 넓힌 것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가 ‘진짜 사장’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법원이 2010년 현대중공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 지난달 CJ대한통운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등을 통해 마련해온 기준을 성문화하자는 것일 뿐"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고용부는 "대법원은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시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와 지배·개입(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되는 사용자를 다르게 보고 있다"며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를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자'라고 봐 근로관계가 없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현대중공업 대법 판결과 CJ대한통운 판결 기준의 성문화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2010년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은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 주체로서의 사용자에 대한 판결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일반·보편적인 경우에까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고, 나아가 "최근 CJ대한통운 1심 판결은 2·3심에서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는 등 확정된 법리가 아니며, 전혀 다른 판결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정 판결을 근거로 법을 개정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2016년 한국노총 사무처장 시절에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주장하다가 장관이 되자 입장을 바꿨다'는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2016년 발언은 법과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 문제가 과도하게 악용돼선 안된다는 취지로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반박자료를 냈습니다.
같은 날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직접 '펜'을 들기도 했습니다. 권 차관은 한 경제지 기고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모든 노사분쟁을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노사관계 역사의 퇴행"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의 예외를 인정하는 법이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느냐"는 등의 평소답지 않은 레토릭으로 야권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역시 이례적인 장면입니다.
노란봉투법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결국 통과했습니다. 앞서 고용노동법안소위와 안건조정위원회 때와 마찬가지로 여당 의원들은 모두 퇴장한 가운데 야당 단독처리였습니다. 활 시위를 떠난 노조법 개정안은 60일 이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될 전망입니다. 60일 이내 법제사법위원회 통과가 안되면 소관 상임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본회의로 직행하게 되는데, 현재 환노위는 전체 16명 가운데 10명이 야당입니다. 결국 법 개정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인데, 정국은 유래없는 '뜨거운 5월'이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보도설명]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법리적 문제점, 노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한 추진이 필요하다."
[보도반박] "노조법 개정안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파업 만능주의로 미래세대 일자리에 충격을 주는 입법이다."
고용노동부가 21일 오전 출입기자들에게 2분 간격을 두고 두 건의 메일을, 오후에도 한 건의 메일을 잇따라 보내왔습니다. 세 건 모두 '노란봉투법' 관련 기사에 대한 반박(설명)자료였습니다. 통상 고용부가 특정 기사에 대해 반박 또는 설명이 필요한 경우, 원론적인 수준의 설명자료를 내왔으나 이번에는 해당기사 한줄한줄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이 일방추진하고 있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지지를 표하고 있는 진보매체에 대한 대응의 고삐를 강하게 쥐는 모양새입니다.
우선 한겨레는 21일자 신문에 '노란봉투법 필요 역설한 대기업 9곳 손배 사건들'이라는 제목으로, <2021년 현대제철은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근로자가 아니므로 단체교섭 상대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46억1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현재 법이 지나치게 좁게 규정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 범위로 인해 갈등이 격렬해진 경우도 여럿 포함됐다. '정리해고'가 문제가 된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 공정방송을 요구한 문화방송(MBC)이 대표적이다> <케이이씨와 갑을오토텍은 미리 짜놓은 계획에 따라 파업을 유도한 뒤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노조를 파괴하려 했음이 드러나는 경우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현대제철 사건은 사내하청노조가 원청(현대제철)을 상대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원청 사업장(통제센터) 점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업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 기사에서 “근로자가 아니므로 단체교섭 상대방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 아님>이라고 못박았고, 쌍용차·한진중공업 사건에 대해서는 <목적뿐만 아니라 폭행·상해, 전면적·배타적 사업장 또는 생산시설 점거 등 파업의 수단도 부당하다고 보아 불법행위로 인정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언급한 기사 대목에 대해서는 "사측이 노동조합 활동을 저해하기 위한 의사를 가지고 노조 와해 목적으로 손해배상 청구 등을 악용한다면, 이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율할 문제"라고 '훈계'까지 달았습니다.
고용부의 언론대응 기조 변화가 읽히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바로 기사가 아닌 사설에까지 적극 대응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경향신문은 21일자에 '이정식 노동, 노란봉투법인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고?'라는 제목으로, 미국·유럽연합 등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넓히는 추세라며 "이 장관의 인식이 오히려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것 아니냐"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사용자 범위를 넓힌 것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가 ‘진짜 사장’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법원이 2010년 현대중공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 지난달 CJ대한통운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등을 통해 마련해온 기준을 성문화하자는 것일 뿐"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고용부는 "대법원은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시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와 지배·개입(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되는 사용자를 다르게 보고 있다"며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를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자'라고 봐 근로관계가 없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현대중공업 대법 판결과 CJ대한통운 판결 기준의 성문화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2010년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은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 주체로서의 사용자에 대한 판결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일반·보편적인 경우에까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고, 나아가 "최근 CJ대한통운 1심 판결은 2·3심에서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는 등 확정된 법리가 아니며, 전혀 다른 판결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정 판결을 근거로 법을 개정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2016년 한국노총 사무처장 시절에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주장하다가 장관이 되자 입장을 바꿨다'는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 "2016년 발언은 법과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 문제가 과도하게 악용돼선 안된다는 취지로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반박자료를 냈습니다.
같은 날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직접 '펜'을 들기도 했습니다. 권 차관은 한 경제지 기고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모든 노사분쟁을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노사관계 역사의 퇴행"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의 예외를 인정하는 법이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느냐"는 등의 평소답지 않은 레토릭으로 야권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역시 이례적인 장면입니다.
노란봉투법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결국 통과했습니다. 앞서 고용노동법안소위와 안건조정위원회 때와 마찬가지로 여당 의원들은 모두 퇴장한 가운데 야당 단독처리였습니다. 활 시위를 떠난 노조법 개정안은 60일 이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될 전망입니다. 60일 이내 법제사법위원회 통과가 안되면 소관 상임위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본회의로 직행하게 되는데, 현재 환노위는 전체 16명 가운데 10명이 야당입니다. 결국 법 개정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인데, 정국은 유래없는 '뜨거운 5월'이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