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앤디파마텍 임상 실패 후폭풍…기관 2200억 투자금 회수 고심
디앤디파마텍의 기업가치에 큰 부분을 차지했던 파이프라인이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상장 계획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기관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 역시 투자자 미팅을 진행하며 향후 계획을 논의 중이다.

2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디앤디파마텍은 파킨슨병 치료제 파이프라인 ‘NLY01’의 유효성 입증 실패 발표 이후 기존에 투자를 받았던 기관투자자 미팅을 돌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장외에서 총 2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다. 2018년 시리즈A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LB인베스먼트,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옥타브 라이프사이언스 등이 190억원을 투자했다.

2019년 시리즈B에는 옥타브라이프사이언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가 1410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 진행한 590억원 규모의 프리IPO에는 프랙시스캐피탈, DS자산운용, 큐더스벤처스, 한국투자증권이 참여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60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디앤디파마텍이 고밸류로 평가받을 수 있던 배경에는 NLY01이 있다. NLY01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기반의 후보물질이다. GLP-1은 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으로, 혈당이 높을 때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혈당을 올리는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혈당강하 효과를 낸다. 체중 감량 효과도 낸다. 이 때문에 당뇨병은 비만치료제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퇴행성 뇌질환에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논문이 나오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디앤디파마텍은 미국 자회사 뉴랄리(Neuraly)를 통해 진행한 NLY01 글로벌 임상 2상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탑라인(topline) 데이터 분석 결과, 1차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기대 밖의 결과가 나오면서 거액의 투자금을 쏟아부은 기관투자자들은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디앤디파마텍은 지난 1월 기술성평가를 통과한 만큼 올 상반기 상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임상 2상이 틀어지면서 상장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후속 파이프라인을 재정비해 상장에 도전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A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아직 회사 측과 논의하지 않았지만, 파이프라인을 재정비해서 상장 도전을 다시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B기관투자자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를 아예 못 하는 건 아니다”며 “주력으로 하려던 게 실패했으니, 투자한 밸류에이션에서 조금의 손실은 감수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원래 계획보다 상장이 지연되는 건 흔한 일”이라면서 “회사와 논의를 해봐야 결정되겠지만, 결국 디앤디파마텍의 다른 파이프라인을 빌드업해서 상장을 노리는 전략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디앤디파마텍이 가장 빠르게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은 비만 및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DD01’이다. DD01은 지속형 GLP-1·글루카곤(Glucagon) 수용체 이중작용제다. 주 1회 피하주사로 투여되는 제형이며, 미국에서 104명 규모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이번 임상 1상에서 탐색적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당뇨와 지방간 등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을 했기 때문에 유효성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탑라인 데이터 발표는 3월 말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2월 21일 15시 26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