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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


[마켓PRO] 국제유가 바닥 터치했나…"OO달러 선에선 사볼만"
지난해 공격적인 긴축 여파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난방 시즌 동안 온화한 겨울철 날씨 탓에 배럴당 80달러 이상에서는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제한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하향 조정된 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가 매달 WTI,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에서 하방 압력을 높인 결과다. 또한 배럴당 80달러 이상에서의 유가 상승 시도에서는 투자자들의 단기 차익실현 매물까지 빈번하게 출회되는 모습이다.

한편 새해 들어서도 배럴당 70달러선 유가는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12월을 시작으로 수 차례 80달러를 하회한 유가의 변동성 확대 속에서 매번 강한 가격 하방경직성이 확인된 결과다.

일각에서는 올해 배럴당 70달러선 유가를 상수로 두고, 유가의 하락세 연장보다는 재차 100달러에 육박하는 상승을 전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들이 향후 배럴당 80달러에 이은 90달러 그리고 100달러 수준으로의 유가 상승세를 견인할까?
[마켓PRO] 국제유가 바닥 터치했나…"OO달러 선에선 사볼만"

국제 유가 결정력을 되찾은 OPEC+
유가 강세 확인 전까지 감산(減産) 정책 유지

미국이 전 세계 석유 시장 패권을 장악했던 당시와 달리, 2021년 이후 석유 시장의 유가 결정력은 다시 중동을 중심으로 한 OPEC+로 넘어갔다.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 에너지 혁신 정책’하에서 높아진 미국 석유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장기 원유 생산량(이하 산유량)을 확대하기 위한 자본지출(CAPEX) 투자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석유 시장 통제(2014~2020년) 속에서 정당화된 배럴당 45~65달러 구간 저(低)유가가 재현되기 위해서는 다시 공급과잉(Surplus) 전망이 필요하다. 그러나 올해도 전략비축유(Strategic Petroleum Reserve) 방출을 선택한 미국의 국제 유가 안정화 전략에는 자국의 ‘가파른 증산(增産)’ 카드는 없는 듯하다.

반면 국제 유가 결정력(석유 시장 패권)을 되찾은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를 비롯한 동맹국들(이하 OPEC+)은 보다 높은 수준의 유가를 목표로 한다.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등을 중심으로 OPEC 회원국들은 일평균 500만배럴 이상의 여유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지난 10월부터 감산(減産)으로 공급 정책을 전환했다. 최근까지도 OPEC+를 이끄는 수뇌부들이 지난 11월 이후 일평균 200만배럴 감산 정책 고수를 권고하기도 했다.

결국 전 세계 석유 공급을 통제하는 OPEC+가 유가 결정력을 쥐고 있는 한 배럴당 70달러선 하방경직성은 강할 전망이다. 또한 향후 유가 상승 여력도 OPEC+ 정책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OPEC+ 공급 정책이 다시 증산(增産)으로 전환 가능한 90~100달러 구간 유가 도달 전까지 당사는 WTI, 브렌트유 등 원유 투자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과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한다.

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다시 높일 유가 호재
중국 리오프닝(Reopening)

중국 당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포기한 지난해 4분기부터 대부분 자산들이 리오프닝 기대를 선반영했다. 그러나 WTI,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에서는 리오프닝에 앞선 중국 내 가파른 코로나19 확산세, 예상보다 더딘 경제활동 정상화 속도 등이 즉각적인 호재 반영을 제한했다.

오는 3월부터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난 중국의 본격적인 리오프닝이 예상된다. 일평균 1,500만배럴을 소비하는 중국은 세계 2위 원유 소비국이자 최대 수입국이다. 코로나19 무관용 정책 하 중국 소비 위축으로 수 개월동안 하향 조정된 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도 다시 상향, 유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3월부터는 석유 시장의 연중 최대 성수기인 드라이빙 시즌(6~8월)을 앞둔 중국의 재고 비축(Restoking)과 이를 위한 석유 수입 개선세도 주목된다. 사우디 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Saudi Aramco의 3월 수출용 원유 OSP(Official Selling Price, 공식판매가격) 인상도 이 같은 예상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3월 이후 수출입 지표로 확인될 중국의 원유 수입 확대 시 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 상향 조정, 향후 석유 수급(공급-수요) 전망 상 공급부족(Deficit) 가능성이 다시 대두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자.

러시아산(産) 원유와 정유제품 공급 불확실성 상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SWIFT(국제은행간통신망)에서 퇴출한 이후에도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의 대러 제재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한데 이어 유럽도 1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제한하고 배럴당 60달러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해왔다. 새해 들어서도 대러 제재 강도를 높이려는 미국과 유럽, G7 등은 러시아산 정유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제(디젤 100달러/배럴, 중유 45달러/배럴)까지 채택해 러시아를 옥죄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에서는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이 다소 과소평가 되는 모습이다. 서방의 제재로 국제 가격 대비 저(低)평가된 러시아산 원유(우랄유)가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 등으로 대량 수출된 이후 시장의 우려가 완화된 결과다. 그러나 정유제품에까지 적용되는 가격 상한제는 원유와 달리 러시아산 공급 불확실성을 다시 높일 수 있다. 자국 정유사들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원유 수요 둔화는 서방에 대한 러시아의 반격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 이달 들어 러시아는 3월 산유량을 5% 감축(지난 1월 산유량 하루 약 970만배럴로 추정)할 것을 예고했다.

OPEC+ 차원의 감산(減産) 정책을 넘어 러시아(세계 3위 산유국) 석유 생산량 감축 현실화 시 비로소 유가도 타이트한 전 세계 석유 공급 전망을 반영할 것이다. 이 역시 배럴당 70달러 수준의 하방경직성을 여러 차례 확인해온 WTI,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의 올해 상반기 상승 빌미가 될 것이다.

결론: 유가 70달러 선에선 비중확대할 만

다시 종합하자면, 한때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상승했던 유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락해 최근 70달러 수준의 가격 바닥을 테스트하고 있다. 전 세계 석유 시장의 공급을 통제 가능한 OPEC+가 유가 결정력을 쥐고 있는 한 미국이 원하는 배럴당 45~65달러 구간 유가로의 회귀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OPEC+ 감산과 맞물린 중국 리오프닝, 러시아산 공급 불확실성 등이 올해 국제 유가의 상방 변동성도 확대할 수 있다. 이에 배럴당 배럴당 70달러선 유가에서는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섹터 투자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긍정적인 접근을 권고한다.

국내 ETF 시장에서는 KODEX WTI원유선물와 TIGER 원유선물 Enhanced을 통해 유가 상승에 배팅 가능하다. 그 외에도 미국 원유생산기업이나 에너지기업들에 투자 가능한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 KODEX 미국S&P500에너지 등도 다시 주목할 만하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