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시장 충격으로 미국 증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월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단기 옵션 거래 비중이 1년 새 2배로 급증하면서 증시 변동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20일(현지시간)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지난 4분기 S&P500 지수 옵션 중 ‘0DTE(Zero Days to Expiration)' 거래 비중은 44%로 집계됐다. 골드만삭스 추정에 따르면 올 1분기 비중은 45%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22.5%)의 2배 수준이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8년 4분기엔 이 수치가 9%대에 불과했다. 0DTE는 만기가 24시간도 남지 않은 옵션 거래를 뜻한다. 하루도 안 돼 가치가 사라지는 초단기 옵션들이 옵션 시장의 절반을 채우고 있다는 얘기다.

0DTE의 인기는 단시간에 저비용으로 고수익을 노리려는 투기 심리와도 맞닿아 있다. 옵션은 만기시점에 특정 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금융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높을수록 옵션에 붙는 프리미엄 가격도 올라간다. 상품의 현물 가격과 거래 행사가격 간 차이가 클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여서다. 이 때문에 단시간에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들로선 만기 기한이 가까워 옵션 구매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0DTE 옵션에 눈독을 들이기 쉽다.

월가는 0DTE 옵션 거래 자체가 변동성을 키운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0DTE 옵션을 판매하는 측은 옵션 행사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현물 주식을 사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투자 위험도를 낮춘다. 옵션 거래량 증가가 주식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면서 주가가 널뛰게 되는 배경이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거시전략 책임자는 단기 옵션 거래 증가세에 대해 “마치 도박이나 경마를 보는 것과 같다”며 “(이 때문에) 주가를 0.5% 움직일 만한 뉴스가 주가를 1.5~2% 움직이고 있다”며 고 비판했다.

변동성 심화로 증시에 대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5일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간 수석 전략가는 “0DTE의 인기가 ‘볼마게돈 2.0’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볼마게돈은 2018년 2월 변동성지수(VIX)가 전월 대비 2배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파생상품 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사건이다. 콜라노비치 전략가는 “역사가 반복되진 않겠지만 0DTE와 같은 단기 옵션 판매가 그때와 시장에 비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