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 '자금유출 멈췄다' 발언, 시장 속였나…당국조사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 경영진이 위기설이 여전하던 지난해 말 자금 유출 증가세가 멈췄다고 발언한 것이 투자자들을 오도했을 가능성을 스위스 당국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이 지난해 12월 1∼2일 나온 악셀 레만 크레디트스위스 이사회 의장의 매체 인터뷰와 관련해 검토 중이라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레만 의장은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10월의 대규모 자금 유출 이후 "(유출이) 완전히 증가세를 멈췄다"면서 "부분적으로 뒤집어졌다"고 밝혔다.

다음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는 "(유출 흐름이) 기본적으로 멈췄다"고 말했고, 당일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9.3%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9일 실적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고객들이 인출해간 돈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1천105억 스위스프랑(약 155조원)에 달했다.

실적 부진 여파 속에 당일 주가는 14.73% 급락했다.

실적 발표 당일 울리히 쾨르너 크레디트스위스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4분기 자금 유출의 85% 이상은 10∼11월 발생했다고 말했으며,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근거로 12월 자금 유출 비중은 4분기 전체 유출 금액의 15% 정도라고 고객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청은 레만 의장을 비롯한 크레디트스위스 인사들이 '자금 유출 증가세가 멈췄다'고 인터뷰했을 당시 실제로는 고객들이 돈을 빼가고 있음을 어느 정도 알았는지 규명하려 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레만 의장이 시장을 오도하는 발언을 했거나, 혹은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을 가능성 등을 파악하려 한다는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 측은 로이터 요청에 "추측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금융감독청과 레만 의장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