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자산운용이 자사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사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93%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실적 부진' 한화운용, 펀드매니저 '인원감축 논란'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을 담당하는 매니저 40~50명을 대상으로 정규직 신분을 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입사한 계약직 매니저들에게는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전달했다. 한화자산운용은 그동안 2년 계약 후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왔다. 직원들은 구조조정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임원을 제외한 한화자산운용의 전체 인력은 354명, 운용 전문인력은 219명이다.

한화자산운용이 이같은 결정은 회사 실적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2억4000만원이었다. 2021년 185억8600만원 대비 6.7% 수준으로 쪼그라들며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2019년(170억7200만원), 2020년(206억3600만원)과 비교해도 크게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 벤처투자 등에서 큰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인사개편 대상이 된 직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적법한 절차와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입사 때 회사가 약속한 정규직 전환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판례상 인정된 ‘정규직 전환기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직원은 “회사는 직원 한명 한명을 대상으로 각개격파식으로 계약직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며 “인사개편안에 대해 어떠한 설명과 논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정규직이냐, 성과급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계약직이냐’의 선택권을 부여했을 뿐”이라며 “인사 제도가 변경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일시적 평가손실로 당기순이익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상승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