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우 여주시장은 “여주는 세종대왕릉(영릉)과 신륵사를 비롯한 유서 깊은 역사 유산과 수려한 남한강변을 보유한 ‘머물고 싶은 도시’”라며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을 유치해 ‘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여주시 제공
이충우 여주시장은 “여주는 세종대왕릉(영릉)과 신륵사를 비롯한 유서 깊은 역사 유산과 수려한 남한강변을 보유한 ‘머물고 싶은 도시’”라며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을 유치해 ‘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여주시 제공
경기 여주시의 남한강은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 시 한가운데를 굽이치며 관통하는 이 강을 시민들은 여주(驪州)란 이름을 따 여강(驪江)이라 부른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3보(이포보, 여주보, 강천보)를 보유했고, 수변을 중심으로 공원도 조성돼 있다.

‘남한강의 고장’이라 불리는 여주는 지난해 생명줄인 물로 전국적 화제가 됐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들어설 SK하이닉스 공장에 하루 57만t의 남한강 물을 공급하기로 하고 관련 인허가를 진행 중이었는데 새로 취임한 이충우 시장이 이를 중단시키고 상생 방안을 요구한 것. SK하이닉스와 경기도,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 지난해 11월 여주시에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며 소동이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여주시와 시민들은 ‘국가대계 반도체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이 시장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주 시민들은 수도권 규제, 상수원 규제, 한강수계 규제, 산림 규제 등 4중 규제를 안고 40여년간 살아왔다”며 “몽니가 아니라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여주시의 절박한 호소를 정부가 뒤늦게 들어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40년 동안 남한강 용수를 수도권에 식수와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동안 여주 시민은 자신들의 고장에서 농·어업 활동이 제한되고, 카페와 식당도 열지 못하는 규제를 감내했다는 것이다. 시 전체가 행위 제한 규제를 받는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돼 있고, ‘수도권 규제’도 중첩된 탓이다. 여주시엔 4년제 대학이 들어설 수도, 6만㎡를 넘는 공업 용지도 조성할 수 없다.

여주시는 SK하이닉스로부터 협력 업체의 여주 입주를 추진하고, 관내 학교와 연계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정부는 자연보전권역 내 폐수 없는 공장 신설 면적 규제를 완화하고, 하수처리구역을 넓히는 동시에 공공하수처리시설을 만들 예산을 추가로 달라는 시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 시장은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하던 규제 합리화 안이 어느 정도 관철된 것”이라며 “합의안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약속 이행에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여주시는 소폭이지만 최근 인구가 늘고 있고, 경제활동 참가율(작년 말 기준 64.8%)도 인근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높다. 지난 16일엔 방위산업용 2차전지 기업인 그리니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도 올렸다. 그리니치는 점동면 일대 2만7000㎡ 부지에 2024년까지 1000억원을 투입해 배터리 설비를 짓기로 했다. 이 시장은 “최대 6만㎡ 규모의 미니 산단 10여 곳을 조성해 가능한 한 저렴하게 임대 공급하고, 인근 이천과 용인의 반도체 대기업 협력 업체를 유치할 것”이라고 했다. 여주시의회는 1일 임시회를 열어 산단 조성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비 40억원을 통과시켰다.

여주시는 이천·원주시 등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연장 및 GTX-D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시장은 “GTX가 들어서면 성남시와 바로 연결되고, 서울 강남과도 30분 생활권이 될 것”이라며 “역세권 개발사업과 연계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고 청년을 끌어들이겠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취임 후 교육 기반 활성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기숙형 명문 학교 만들기 공모사업으로 여강고를 선정하기도 했다.

그는 “여주에서 공부하다 고교 때부터 다른 시·군으로 떠나곤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지역 인재가 시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9급 출신 30년 행정 달인…"수변 환경 갖춘 첨단 생태도시 도약"

이충우 여주시장은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한 행정가 출신 정치인이다. 안성농업전문대 2학년 시절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2012년 정년 퇴임했다. 시 승격(2013년) 직전까지 31년 대부분을 여주군청에서 일했다.

공직 초창기인 1984년 명성황후 생가를 여주군이 매입했는데, 관리·개발이 그에게 임무로 주어졌다. 이때 이 시장 가족이 생가로 이주해 한동안 살았다. 그의 아내는 손수 정원을 가꾸고 전직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해설사를 맡기도 했다. 이곳은 개보수를 거쳐 여주를 대표하는 역사 문화재로 거듭났다.

군청 도시과장, 건설과장을 지내며 북내 우회도로 확장,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여주나들목 설치 등 지역 숙원을 해결했다. 2006년 경기도청으로 발령 났는데 ‘여주가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그제야 알게 됐다’고 이 시장은 설명했다. 다른 지역 출신 공무원, 정치인은 고향을 조금이라도 더 발전시키기 위해 한푼의 예산이라도 타내려 애썼다. 반면 여주 지역사회에선 ‘상수원 규제 때문에 우린 발전이 느려도 어쩔 수 없지’라고 포기하는 문화가 팽배했었다는 것. 고향을 변화시키는 정치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이유다.

정년을 앞두고 명예퇴직해 동생이 운영하던 코스닥 상장사 누리플랜 대표를 맡았다. 이후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세 번째 도전 만에 시장에 당선됐다. 이 시장은 “상수원 보호로 개발이 더뎠던 여주는 역설적으로 천혜의 수변환경을 갖춘 첨단 생태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충우 여주시장

△1960년 여주시 출생
△여주농고
△안성농업전문대
△한경대 토목과
△여주군청 도시·건설과장
△경기도청 도시계획과
△누리플랜 대표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국민의힘 여주·양평 당원협의회 부위원장


여주=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