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건설회사와 입주자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합의(부제소합의)를 했더라도, 가격이 법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했다면 입주자가 건설사를 상대로 “대금 일부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 등 아파트 주민 132명이 건설사 동광토건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동광토건은 1999년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A씨 등에게 임대했다. 이후 2013년 계약면적 64㎡는 약 4300만원, 77.76㎡는 약 5300만원으로 분양전환가격을 정한 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승인받았다. 이후 입주자들과 건설사는 협의를 거쳐 분양가를 가구당 50만원씩 인하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분양가격에 대한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 및 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썼다.

아파트 분양이 끝난 뒤 소송전이 벌어졌다. A씨 입주자들이 “분양전환가격이 관련 법령이 정한 산정기준 금액을 초과했다”며 가구당 100만~5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2심은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이미 부제소합의를 한 만큼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사자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 적용되는 강행규정을 어기는 계약을 하면서 별도로 맺은 부제소합의는 무효라며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분양전환가격 산정 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했다면 그 초과한 분양전환가격으로 체결한 분양계약은 그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어 “이 사건 부제소합의로 인해 분양전환 산정 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임을 주장하지 못하게 되므로 강행법규의 입법 취지가 무시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부제소합의가 무효인지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며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