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친러시아군 사령관을 지낸 유명 군사 전문 블로거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을 혹평했다.

군사 블로거 이고르 기르킨은 이날 텔레그램에서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해 “특별군사작전(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르는 용어)이 지금처럼 불분명한 상태로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며 “전쟁이나 대테러작전이 선포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기르킨은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진행되던 중 “더 이상 듣는 건 의미가 없다(Blah, blah, blah, there is no point in listening any further)”는 소감을 남겼다.

기르킨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크름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친러시아 세력을 규합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공격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1시간 45분 동안 국정연설을 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작 및 확전 책임은 서방에 있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미국과 러시아가 맺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 참여를 중단한다고 돌발적으로 선언했다. 단 탈퇴까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와 미국이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양국이 보유한 핵탄두와 운반체 등을 일정 수 이하로 제한하고, 양국의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시찰하도록 한 협정이다. 이 조약은 2026년 2월까지 유효하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핵무기 시험을 고려한다는 첩보가 들어왔다고 주장하며 미국이 핵실험을 한다면 러시아도 하겠다고도 했다. 서방을 압박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날 국정연설에서 일각의 예상과는 달리 푸틴 대통령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발언을 하진 않았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전쟁 발발 1년을 앞두고 러시아가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는데 성과가 크지 않다면 러시아 내부의 긴장도가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으며, 푸틴 대통령이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점령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