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멋진 인생, 아름다운 노후, 존엄한 죽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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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100세를 넘겨 장수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백세인(centenarian)’이 대한민국에도 약 24,000명 정도 된다고 한다(2022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도 고령화 단계인 14%를 지나 초고령화 단계인 20%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만큼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일 수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노년은 저주로 바뀔 수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원로 노교수는 100세가 넘었음에도 정정한 모습으로 강의도 다니고 외부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젊은이에게 지혜롭게 배우는 삶을 강조한다. 이제 오래 사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일이 되었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연령이 49세이고, 법에서 정한 정년은 60세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40대에 구조조정 한파에 명예퇴직,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밀려나는 것도 안타까운 모습이다. 대학이나 고등학교 졸업하고 겨우 10년~20년 써먹고 용도 폐기된다면 나머지 길고 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물론 주된 일자리에서 떠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일자리를 구하거나 자영업, 알바 등으로 소득활동은 계속되겠지만 주된 일자리에서만큼의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항상 미래가 불안하고 길어진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부모의 유산을 받거나,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일부를 빼고는 대부분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보장)에 의존하게 된다. 이렇게 3층 보장을 미리 준비한 사람은 그래도 행복한 노후가 가능하지만, 국민연금만 있거나 아예 국민연금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주는 기초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해도 인간다운 생활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겨우겨우 먹고사는 자식에게 손 벌리기도 어렵다. 정부에 기대할 것도 없고, 자식한테 손 벌릴 수도 없으니 결국은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나이가 몇 살이든 모든 사람들이 지금 당장 예전과는 다르게 행동하여 길어진 삶에 잘 적응해야 한다.
평균수명이나 기대여명이 짧은 시절에는 60세까지 일하고, 환갑을 지나면 편하게 자식의 부양을 받으며 노인 행세를 하고 살다가 70세 정도에 이 세상을 하직을 하면 큰 문제가 없었다. 부양을 받는 기간이 10년 남짓이므로 자식들도 부담이 없었고 또 자식이 여러 명이니 분담하는 것도 가능했다. 현재는 어떤가? 대부분 1명이나 2명 정도의 자식이므로 부모 부양비를 부담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것도 어려운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까지 부양할 여력은 더 없어진다. 그렇다면 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사람이 사람답게 잘 사는 것을 웰빙(well being), 사람이 사람답게 잘 늙는 것을 웰에이징(well aging), 사람이 사람답게 잘 죽는 것을 웰다잉(well dying)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3종 세트가 하나로 연결되도록 미리미리 인생을 설계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60세까지 정년을 채운다고 하더라도 남은 세월이 40년이고, 만약 49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경우 남은 세월은 자그마치 50년이 된다. 그 긴 시간을 그냥 놀면서 지낼 수 없으니 무언가 움직이는 일거리를 찾아내야 한다. 도시에서 봉사활동이나 소득활동을 할 수 있다면 도시에 살아도 된다. 그것이 마땅치 않다면 시골살이나 산골살이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시골살이도 10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니 퇴직하기 전에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사전 계획이 있어야 한다. 시골살이가 절대 편하거나 쉬운 것을 아니다. 도시생활보다 더 힘들고 어렵다. 그럼에도 시골살이를 추천하는 이유는 깨끗한 자연과 스스로 몸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일거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리도 시골살이는 일단 마음만이라도 편하고 풍요롭다.
중국 당대의 선승 임제 선사는 ‘임제록’에서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을 말했다. 어느 곳에 있든, 그곳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골살이도 마찬가지다. 구경꾼에게는 모든 것이 남의 일이지만, 시골살이의 무대에 서는 주인공은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 남아있는 인생 항해를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변화 시키는 것도 국가나 사회의 탓이 아닌 자신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멋진 인생과 아름다운 노후, 그리고 존엄한 죽음을…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그런데 통계를 보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연령이 49세이고, 법에서 정한 정년은 60세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40대에 구조조정 한파에 명예퇴직,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밀려나는 것도 안타까운 모습이다. 대학이나 고등학교 졸업하고 겨우 10년~20년 써먹고 용도 폐기된다면 나머지 길고 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물론 주된 일자리에서 떠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일자리를 구하거나 자영업, 알바 등으로 소득활동은 계속되겠지만 주된 일자리에서만큼의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항상 미래가 불안하고 길어진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부모의 유산을 받거나,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일부를 빼고는 대부분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보장)에 의존하게 된다. 이렇게 3층 보장을 미리 준비한 사람은 그래도 행복한 노후가 가능하지만, 국민연금만 있거나 아예 국민연금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주는 기초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해도 인간다운 생활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겨우겨우 먹고사는 자식에게 손 벌리기도 어렵다. 정부에 기대할 것도 없고, 자식한테 손 벌릴 수도 없으니 결국은 자신의 노후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나이가 몇 살이든 모든 사람들이 지금 당장 예전과는 다르게 행동하여 길어진 삶에 잘 적응해야 한다.
평균수명이나 기대여명이 짧은 시절에는 60세까지 일하고, 환갑을 지나면 편하게 자식의 부양을 받으며 노인 행세를 하고 살다가 70세 정도에 이 세상을 하직을 하면 큰 문제가 없었다. 부양을 받는 기간이 10년 남짓이므로 자식들도 부담이 없었고 또 자식이 여러 명이니 분담하는 것도 가능했다. 현재는 어떤가? 대부분 1명이나 2명 정도의 자식이므로 부모 부양비를 부담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것도 어려운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까지 부양할 여력은 더 없어진다. 그렇다면 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사람이 사람답게 잘 사는 것을 웰빙(well being), 사람이 사람답게 잘 늙는 것을 웰에이징(well aging), 사람이 사람답게 잘 죽는 것을 웰다잉(well dying)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3종 세트가 하나로 연결되도록 미리미리 인생을 설계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60세까지 정년을 채운다고 하더라도 남은 세월이 40년이고, 만약 49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경우 남은 세월은 자그마치 50년이 된다. 그 긴 시간을 그냥 놀면서 지낼 수 없으니 무언가 움직이는 일거리를 찾아내야 한다. 도시에서 봉사활동이나 소득활동을 할 수 있다면 도시에 살아도 된다. 그것이 마땅치 않다면 시골살이나 산골살이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시골살이도 10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니 퇴직하기 전에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사전 계획이 있어야 한다. 시골살이가 절대 편하거나 쉬운 것을 아니다. 도시생활보다 더 힘들고 어렵다. 그럼에도 시골살이를 추천하는 이유는 깨끗한 자연과 스스로 몸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일거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리도 시골살이는 일단 마음만이라도 편하고 풍요롭다.
중국 당대의 선승 임제 선사는 ‘임제록’에서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을 말했다. 어느 곳에 있든, 그곳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시골살이도 마찬가지다. 구경꾼에게는 모든 것이 남의 일이지만, 시골살이의 무대에 서는 주인공은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주도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 남아있는 인생 항해를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변화 시키는 것도 국가나 사회의 탓이 아닌 자신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멋진 인생과 아름다운 노후, 그리고 존엄한 죽음을…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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