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습식저장조 포화·1호기 해체 위해도 건식저장시설 필수"
지역사회, 건식저장시설 영구폐기장화 우려…영구처분장 마련해야
[르포] 고리2호기 습식저장조 가득 찬 사용후핵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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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고리2호기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곳인데 포화율이 93.8%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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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고리1발전소 발전운영부 차장은 고리2호기 습식저장조 앞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21일 연합뉴스는 최근 한수원이 국내 최초로 경수로 건식저장시설을 짓기로 한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았다.

6기의 발전소 중 올해 4월이면 40년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고리2호기 내부에 들어갔다.

황 차장은 "다른 원전은 유리창 밖에서 설비시설을 볼 수 있는 관람 통로가 있지만 40년 전에 지어진 고리2호기는 별도의 관람 통로가 없어 그간 외부인 관람을 제한해 왔다"고 설명했다.

관람 통로가 없어 더 철저한 안전 장구를 착용해야 하지만 좀 더 가까이서 생생하게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저장조를 볼 수 있었다.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발전소에서 제공하는 방호 가운과 목이 긴 면장갑·양말을 착용해야 했다.

안전모 안의 머리망도 이중으로 착용했다.

방호 가운 왼쪽 가슴 주머니에는 개인 피폭량을 측정하는 장비인 열형광선량계(TLD)와 자동선량계(ADR)를 넣었다.

[르포] 고리2호기 습식저장조 가득 찬 사용후핵연료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건물로 들어가자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푸른색 물이 가득 담긴 수조다.

131.16㎡ 면적의 수조는 높이 12.75m, 가로 16.7m, 세로 7.9m 규모다.

원자로에서 핵분열로 고온의 열을 방출한 사용후핵연료를 옮겨 습식보관하는 곳이다.

수중 아래에는 사용후핵연료를 꽂아 보관하는 920개의 사각형 구멍이 모인 벌집 모양의 저장랙이 보였다.

구멍 하나에는 사용 후 핵연료 1개 다발을 보관할 수 있다.

구멍 사이로 길이 4m의 사용후핵연료 다발 윗부분을 볼 수 있다.

연료봉 256개가 모이면 연로 다발이 되고, 연로 한 다발은 원자로에 들어가면 보통 5년 가까이 사용된다.

고리2호기는 원전을 가동할 때 한 번에 121개 다발이 필요하다.

어두운 조명 탓에 모든 구멍이 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인되는 곳은 빈 곳을 찾기 힘들었다.

고리2호기 저장랙 시설용량은 총 920다발이다.

이중 원자로 안에 보관된 비상노심 121다발을 빼면 최대 저장가능용량은 799다발이다.

현재 고리2호기 습식저장조에는 사용핵연료 748다발이 저장돼 있다.

전진홍 고리본부 PA추진팀 차장은 "고리2호기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저장랙 구멍은 41개밖에 남지 않아 포화율이 93.8%"로 사실상 가득 찬 상태"라며 "현재 고리2·3·4호기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는 신고리1·2호기 저장소에 보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원전 부지 내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이동이 가능하다.

[르포] 고리2호기 습식저장조 가득 찬 사용후핵연료
현재 고리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률은 고리1호기(영구정지) 100%, 2호기 93.8%, 3호기 95.7%, 4호기 93.6%, 신고리1호기 69.3%, 신고리2호기 73.9% 수준이다.

최근 한국방사선폐기물학회 용역 결과 고리2호기가 계속 운전된다고 가정했을 때 고리원전은 2028년 저장소가 포화상태로 된다.

다만 고리2호기에 다른 원전처럼 조밀저장대를 설치해 저장용량을 늘리면 고리원전 전체 포화 시점이 2032년으로 미뤄진다.

한수원은 고리2호기에 조밀 저장대를 설치해 포화 시점을 늘리는 한편 최근 이사회에서 2030년까지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2천880다발 이상을 저장할 수 있는 임시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의결했다.

건식저장시설은 사용후폐연료를 밀봉용기에 저장해 공기로 냉각하는 방식이다.

위치는 고리3발전소 주차장이 유력하다.

[르포] 고리2호기 습식저장조 가득 찬 사용후핵연료
고리본부는 저장시설 포화에 따라 한시적으로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전진홍 고리본부 PA추진팀 차장은 "조밀저장대를 설치해도 2032년 11월 사용후핵연료가 포화가 예상되며 고리1호기 습식저장소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이송하지 못하면 고리1호기 해체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중대 사고에도 안전하게 설계 건설되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역 환경·시민단체는 건식저장시설이 영구처분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영구처분장이 마련되지 않는 시점에서는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원전 계속 운전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국회에서 제정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특별법에 중간저장시설과 최종처분시설 완공연도가 명시되면 건식저장시설이 영구처분장이라는 우려는 불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하는 시설을 마련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인 방폐물특별법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체계, 부지선정 절차, 원전 내 저장시설 용량 등을 담고 있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한수원과 산업부는 중간저장 및 영구저장시설이 건설되면 건식 저장시설의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다고 하지만, 영구처분장 건설이 40년 동안 시도조차 되지 못했기 때문에 건식저장시설이 영구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장군 등 지역사회도 건식저장시설 설치추진 이전에 특별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여야가 각각 발의한 고준위 방폐물특벌법 특별법안 3건이 발의돼있고 상임위에서 심사 중이다.

[르포] 고리2호기 습식저장조 가득 찬 사용후핵연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