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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챗GPT, AI·검색엔진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국내 AI 관련주, 챗GPT 수혜보단 피해주


단기 테마보단 장기 테마로 접근해야…반도체 업종 추천
고성능 메모리 수요에 이어 AI반도체 생산 가능성까지
[마켓PRO] "증시 챗GPT테마 열풍, 정치테마주와 비슷한 상황…반도체는 수혜기대"
"국내 주식시장에서 챗GPT(Chat GPT) 수혜주요? 글쎄요, 국내 인공지능(AI) 관련주는 챗GPT 수혜주보단 피해주에 가깝습니다. 저는 국내 챗GPT 수혜주로는 반도체 업종만 보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A씨는 챗GPT가 AI업계나 검색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국내에선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AI 관련 종목은 피해주라고 이 같이 말했다. 당장 조 단위에 달하는 파라미터(매개변수)를 학습하는 챗GPT와 경쟁할 만한 AI기업이 없단 이유에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스마트폰에 탑재된 것처럼 챗GPT에게 국내 시장을 내줄 수 있다고 본 것.

챗GPT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AI 전문연구소 오픈AI(OpenAI)가 자연어처리 AI 모델 GPT-3를 기반으로 제작한 AI챗봇 서비스다. 높은 수준의 자연어 처리를 비롯해 대량의 데이터 분석과 새로운 콘텐츠 생성 능력 등을 기반으로 단순한 검색 결과 나열이 아닌, 찾고 있는 답에 대해 스스로 흐름을 구성하며 답하는 것이 강점이다. 오픈AI가 연내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모델 GPT-4의 매개변수는 조 단위(1조∼100조개)에 이를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

A씨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챗GPT 관련주로 묶인 종목을 살펴보면, 대부분 챗GPT와는 별개의 AI 서비스 개발한 업체가 많다고 말한다. 그는 "일부 종목은 우리 리서치센터가 커버하는 종목이지만, 사실 챗GPT와 유사점이 전혀 없는데도 주가가 급등한 상황"이라면서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검색엔진 기술마저 챗GPT 기술력(데이터 수집 등)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는데, 아직 성과가 없는 중·소형주들이 수혜주로 묶이는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국내 AI 관련주들이 챗GPT 열풍으로 테마에 편승했을 뿐 실체가 없다고 평가한 것. A씨는 "일부 종목들은 챗GPT와 비슷한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오르는데, 성과가 나올 때까진 아무도 모른다"면서 "만약 네이버가 지식인(iN) 서비스를 챗GPT 형태로 개발한다고 하면 모를까, 지금 주식시장에서 챗GPT 테마 열풍은 정치 테마주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사진=연합뉴스(로이터)
그렇다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챗GPT 수혜주는 없을까, A씨는 수혜가 확실한 종목으론 반도체주가 있다고 말한다. 최소 수십억개 이상의 매개변수를 다루는 초거대 AI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 인프라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챗GPT와 같은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챗GPT 수혜주로 반도체 업종을 꼽은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더불어 AI반도체 생산 가능성 때문이다. 결국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챗GPT와 같은 기술이 나오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AI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반도체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시스템 반도체로, 신경망처리장치(NPU)로 불린다. 현재 초거대 AI에 주로 이용되는 반도체는 그래픽처리장치(GPU)다. 엔비디아가 전 세계 GPU 시장 중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 챗GPT도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1만개가 넘는 엔비디아 GPU를 활용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주들이 챗GPT의 직접적 수혜주라고 보긴 힘들다고 지적한다. AI반도체 기술력과 점유율을 봤을 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가야할 길이 멀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챗GPT 등 초거대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반도체의 영향력은 해외 경쟁사에 비해 뒤처져있다. 과학·기술 정보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소가 발간한 '2023 글로벌 AI 반도체 혁신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은 AI분야 세계 발명·특허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3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이에 A씨는 "지금 주어진 지표(점유율 등)를 토대로 봤을 때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나, 미래 먹거리로 지목된 AI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 투자하면서 점유율을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A씨는 일부 전문가들이 말하는 '국내 반도체주를 챗GPT 등 AI 수혜주로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라는 의견에 대해선 "반도체 시장에서 챗GPT 효과가 가시화됐다는 것을 배제하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면서 "미래 반도체 시장의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보이는 AI반도체를 두고,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그냥 지켜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함께 AI 반도체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AI반도체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네이버가 AI 반도체 전용 솔루션 개발하는 식이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서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중에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AI반도체 관련 투자(또는 계획) 소식이 전해지지 않을까라는 관측을 내놨다. A씨는 "챗GPT와 같은 기술을 가진 AI 서비스가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될 경우 다시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올 수 있는데, 그 전에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이 AI반도체 투자와 관련한 소식을 전할 수 있다"면서 "이번 챗GPT 열풍은 단기보단 장기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AI 업종보단 반도체 업종에서 챗GPT 수혜주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