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과의 전쟁'에 앞장선 전직 장관이 뒤로는 카르텔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유죄 평결을 받았다.

21일(현지시간) AP·AFP 통신과 레포르마·라호르나다 등 멕시코 주요 일간지는 이날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열린 헤나로 가르시아 루나(54) 전 멕시코 공공안전부(현재는 폐지) 장관에 대한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뇌물·위증·마약 유통 등 5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로 평결했다고 보도했다.

가르시아 루나는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이 이끈 멕시코의 악명 높은 마약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로부터 수백만달러의 돈을 받고 2001∼2012년 미국 등지로 코카인 등 마약을 유통할 수 있도록 눈감아줬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부패한 관리들을 요직에 앉히거나, 단속 정보를 시날로아 카르텔에 흘리는 대신 시날로아의 경쟁 조직을 소탕 작전의 표적으로 삼았다는 혐의도 추가됐다.

보도에 따르면 가르시아 루나는 2001∼2005년 멕시코 연방경찰을 승계해 신설됐던 연방수사국(AFI·2009년 통폐합) 첫 국장을 지냈다.

이후 2006년 취임한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이 강력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신설한 공공안전부에서 장관을 맡아 2012년까지 칼데론 정부와 임기를 함께했다.

그에 대한 혐의는 2018년께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엘 차포' 구스만에 대한 재판에서 카르텔 조직원이 '2005년 또는 2006년 가르시아 루나에게 300만달러(약 37억원)가 든 가방을 줬고 2007년에도 300만∼500만달러(약 37억∼62억원)를 건넸으며, 카르텔에서 그에게 최대 5000만달러(약 618억원)를 모아 주기로 합의했다'고 증언하면서다.

퇴임 후 미국으로 건너갔던 가르시아 루나는 2019년 12월 댈러스에서 체포돼 수감된 후 뉴욕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가르시아 루나는 재판 과정 내내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지난 4주간 마약상을 포함한 27명의 증인 진술을 청취한 배심원 12명은 만장일치로 검찰에서 제기한 혐의에 대해 모두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날 평결에 따라 가르시아 루나는 최소 징역 20년에서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재판부는 오는 6월27일 구체적인 형량을 선고할 예정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