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선희의 미래인재교육] 자본주의 사회의 금융교육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영끌, 전세사기 등 최근 잘못된 투자에서 비롯된 금융 및 부동산 자산관리 실패가 지속되고 있다. 심각한 사실은 가장 큰 피해 대상이 2030 젊은 세대라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각종 대책이 아무런 효과 없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2018년)한 ‘세계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한국인의 금융이해력은 142개국 가운데 77위로 금융문맹률이 67%에 달했다. 이는 아프리카 알제리, 남미 자메이카와 같은 수준이다. 이 조사는 금리, 복리, 인플레이션, 투자위험 분산의 네 영역에 대한 지식을 평가한 것이다. 금융지식, 금융행위, 금융태도를 종합 측정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2020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서는 한국(66.8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개국 평균(2019년 62.0점)을 웃돌았으나, 청년층과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이런 결과는 아직도 한국의 금융교육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요 선진국의 금융교육 실태를 살펴보면 미국은 경제교육협회에서 금융교육 성취 기준을 상세화하고, 전국 240여 개 센터에서 교사 연수 및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연방정부 차원에서 학교 금융교육을 강화했다. 영국은 2014년 만 11~16세를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의무화했고, 16~18세 때는 임차계약, 재정독립, 연금, 부채 등 실용적인 금융교육이 이뤄진다. 프랑스는 2016년에 프랑스은행을 금융교육 담당기관으로 지정하고, 청소년 금융교육을 강화했다. 캐나다 역시 모든 주에서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했고 수학 사회 등 필수과목에서 금융과 소비생활을 가르친다. 이들 국가 금융교육의 핵심은 국가 주도로 학교 금융교육을 의무화했다는 것과 교육 내용이 매우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금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 금융교육이 축소됐고, 고교 사회는 통합사회로 바뀌면서 금융교육 내용이 줄었다. 선택 과목인 ‘경제와 실용경제’는 학생들 선택이 저조해 거의 실효성이 없다. 최근 ‘2022년 금융교육 강화방안’에 따라 초·중·고교 금융교육 표준교재를 배포하고, 고교 선택과목으로 ‘금융과 경제생활’을 신설해 2025년부터 적용토록 했다. 그러나 선택과목으로서의 금융 과목 개설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 사회 정치·경제의 두 축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다. 지난 30년간 한국 사회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주의 시스템 발전과 교육은 많이 이뤄진 반면, 자본주의 경제교육은 상대적으로 잘 되지 못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와 자본주의 시스템을 활용한 다양한 자산관리 및 투자방식의 교육이 필요하다. 근로소득이 중단되는 60세 이후 약 40년간을 자본소득으로만 생활해야 하는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 개인의 자산관리 능력에 따라 부를 축적할 수도, 빈곤한 노후를 맞을 수도 있다. 한국의 고령층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OECD 평균의 1.7배)하고 있으며, 노인 빈곤율(2021년, 37.6%)도 최고 수준(OECD 평균 13.5%의 약 2.8배)이다. 최근 연금 수령액을 줄이거나 지급 시기를 늦추는 쪽으로 논의되는 연금개혁은 노인 빈곤층을 더 증가시킬 것이고, 궁극적으로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개인 자산관리의 역할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급변하는 복잡한 경제상황에서 개인의 성공적인 자산관리는 더 어려워졌다. 정부와 학교와 금융회사가 삼위일체가 돼 국민 개개인에게 맞는 금융, 부동산, 세금 교육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자본주의에서 생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