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2% 이상 떨어지며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1년간 계속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효과가 떨어지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폭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지난주 채권시장에서 본격화한 ‘긴축 발작’이 증시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주식·채권시장 동반 약세

또 고개든 빅스텝 공포에 '긴축발작'…美 국채금리 16년 만에 최고
이날 뉴욕증시 S&P500지수는 2.0% 하락한 3997.34로 한 달 만에 4000선이 무너졌다. S&P500지수 내 11개 업종이 모두 내렸다. 나스닥지수는 2.50% 급락했으며 다우지수는 2.06% 떨어졌다. 3대 지수 모두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2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채권시장도 약세를 보였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0.14%포인트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연 3.96%로 마감했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4.73%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긴축 강도가 더 세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기는 위축되지 않고 물가는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1월 고용보고서부터 소매판매,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이날 나온 미국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S&P글로벌이 발표한 2월 서비스업 PMI는 50.5로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였다. 1월(46.8)보다 높았고 전문가 예상치(47)를 웃돌았다. 기준선인 50을 넘어 8개월 만에 다시 경기 확장 국면으로 전환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합한 합성 PMI도 50.2로 확장세를 보였다.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핵군축조약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여전한 인플레이션 우려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날 애틀랜타연방은행이 집계한 1월 경직성 CPI는 전년 동기 대비 6.3% 상승했다. 지난해 12월과 같은 수준이다. 큰 폭으로 하락하던 비경직성 CPI도 1월에 6.4% 상승해 전달과 같았다. 경직성 CPI는 의료비와 교통비 등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품목을 모아놓은 물가지수이며 비경직성 CPI는 그 반대 개념이다. 미 노동부가 14일 내놓은 전체 1월 CPI는 6.4%로 전달(6.5%)에 비해 소폭 둔화했지만 경직성 CPI와 비경직성 CPI는 전혀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향후 인플레이션 향방을 가를 임금도 계속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미국 최대 건축자재 소매업체인 홈디포는 시간제 직원의 급여를 올리기 위해 올해 10억달러의 인건비를 추가 지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월마트도 매장 직원의 시급을 12달러에서 14달러로 인상했다.

금리 인상폭이 커질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확률은 24.0%를 기록했다. 18.1%인 전일보다 6%포인트가량 상승했으며 1주일(12.2%) 전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이 됐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Fed는 6월까지 적어도 2~3회 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채권시장은 지난 한 달간 이 가능성을 반영했지만 증시는 무시해왔다”고 지적했다. 아트 호건 비라일리웰스 수석시장전략가는 “증시가 채권시장이 2주간 말해온 현실을 마침내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