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책연구원 판사 770명 설문…'현행 6개월' 연장 의견 다수
판사 94% "재판 중 구속기간 제한 완화·폐지해야"
전국 판사 대다수가 재판 중인 피고인의 구속기간을 심급별로 6개월로 제한한 현행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법원의 구속기간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조사에 응한 판사 770명 가운데 93.9%인 723명이 현행 '6개월 구속기간'에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피의자를 수사 중에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최장 30일(경찰 10일·검찰 20일)이다.

재판이 시작되면 법원 결정에 따라 1심에서는 기소일 2개월 후부터 2개월씩 두 차례 구속 갱신이 가능하다.

2심과 3심에서는 2개월씩 세 차례 구속을 연장할 수 있다.

구속 기간은 최장 6개월이나 직전 심급에서 법정구속됐다면 8개월까지 늘어난다.

재판 도중에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피고인은 보석으로 석방돼 남은 재판을 받는다.

이번 조사에서 판사 응답자의 23.6%는 사실심(1·2심)에서 구속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20.3%는 1·2·3심 모두 연장해야 한다고 봤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예외적 연장 사유가 있을 때만 최장 구속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19.1%였다.

14.4%는 아예 구속기간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제도 유지 의견은 6.1%에 그쳤다.

동일한 질문에 응한 변호사들(136명)은 다소 다른 견해를 보였다.

구속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두 합치면 61.0%였지만, 현재의 6개월 구속기간을 유지하자는 의견도 35.3%로 적지 않았다.

판사들은 일반적인 구속 사건이라면 현행 구속기간 안에 심리를 마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으나 쟁점이 많고 증인신문이 여러 번 필요한 사건은 기한을 넘겨 피고인이 중간에 석방되는 경우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1월 재판 중 풀려났던 김만배·남욱 등 대장동 일당이 대표 사례다.

보고서는 또한 법원이 심리 도중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하면 피고인을 보석 석방하거나, 구속기간 안에 서둘러 심리를 끝내기 위해 피고인 측의 증거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고 짚었다.

일부 판사는 검찰이 여러 개의 범죄사실을 통째로 기소하는지, '쪼개기'로 기소하는지에 따라 최대 구속기간 적용 방식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에 속도를 내기 위해 형사소송법에 집중심리제도가 규정돼 있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변호사 가운데는 "기일 간격이 너무 짧아 준비가 힘들고 피고인의 공격·방어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집중심리제도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이들도 다수 있었다.

보고서는 "구속기간 제한 폐지보다는 제도를 유지하되 그 엄격성을 완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1·2심에서 예외적 구속 연장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꼽았다.

아울러 기소 전 불구속 재판을 늘리면서도 피해자 보호와 실체적 진실 발견에 유리하도록 구속영장 발부 단계에서 '조건부 보석 제도'를 도입하고, 구속적부심·보석·구속 취소·구속 집행정지 등 여러 단계로 나눠진 석방 신청 절차를 일원화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