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50bp 인상 주장" 불러드, 메스터 말고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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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전날 폭락에 따른 반발 매수가 유입되면서 0.1~0.2% 수준의 소폭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4%를 향해 질주하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미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했습니다. 오후 2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를 앞두고 시장이 관망세를 보인 가운데 아침부터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CNBC 인터뷰에서 공격적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더 나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더 갈 필요가 있는지 보자'란 말이 유행하게 됐지만, 여전히 FOMC가 최종금리라고 부르는 지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지금 위험은 인플레이션이 내려가지 않고 다시 가속화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데 15년을 보낸 1970년대를 재현하게 된다. 다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가파르게 올릴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50bp를 올리자는 얘기입니다. 다만 불러드 총재는 여전히 5.375%를 최종금리로 제시했습니다. 현재 시장에 반영된 최종금리와 같습니다. 시장이 그리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리처드 클라리다 전 Fed 부의장(핌코 고문)은 오늘 핌코 홈페이지에 글을 띄워 "Fed가 올해 후반 금리 인상을 일시 중지하기 전에 해야 할 어려운 일을 이미 대부분 마쳤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Fed의 2% 목표로 돌아가는 경로에 있다. 최종금리 최고치는 5.5%가 될 것이다. 핌코의 기본 사례에는 경기 침체가 포함되지만, Fed의 긴축이 깊고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초래한다고 믿을 이유가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것도 시장에는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모기지은행협회(MBA)의 지난주 모기지 신청 지수는 전주보다 13.3% 감소해 2022년 9월 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이전 주의 7.7% 하락보다 하락 속도가 더 커졌습니다. 최근 시중 금리 상승으로 모기지 금리가 6.62%로 다시 올라간 탓입니다. 파이퍼 샌들러의 마이클 캔트로위츠 전략가는 "모기지 신청은 28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아직 주택 시장은 바닥을 다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새로운 강세장은 (금리 인상으로 가장 먼저 타격받는) 주택 시장이 개선되기 시작해야 나타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 FOMC 회의록이 공개됐습니다.
① 50bp 인상 주장, 불러드와 메스터 말고 더 있다?
혹시 불러드 총재나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외에 50bp 인상을 주장하던 인사가 있는지를 주시하던 투자자들은 "'거의 모두'(Almost all)가 25bp가 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부'(A few)는 더 큰 50bp 인상을 선호했거나 그를 지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라는 문구를 보고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A few'는 소수지만 두 명은 넘습니다. 불러드와 메스터 외에 누군가 50bp 인상을 선호하는 인사가 있다는 것이죠. 지난 회의 25bp 인상 결정은 만장일치로 발표됐지만, 사실은 (투표는 25bp 인상에 찬성했다고 해도) 반란군이 몇몇 있었던 것입니다. ② 완화된 금융여건은 걱정거리
파월 의장은 지난 FOMC 기자회견에서 "금융여건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단기 금융여건을 보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회의록에서는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긴축 정책 수준과 전반적 금융여건이 일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라는 문구가 있었고 "여러(several) 참가자는 지난 몇 달 동안 금융여건의 몇몇 측정치가 완화되었음을 관찰했다"라고 말도 있었습니다. 파월 의장과 달리 여러 인사가 금융여건 완화(금리 하락, 주가 상승)를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③ 금리 인상 중단은 언제?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Pause)한다는 단어는 딱 한 번 나왔습니다. 그것도 다른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언급한 데서 나왔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포트폴리오 구축 헤드는 "회의록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지만, 아직 피벗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을 확인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④ 전반적으로는 비둘기파적
회의록에는 ”'일부'(some) 참가자들이 경기 침체 위험을 크다고 보고 있다"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추가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겠지요. 월가 관계자는 "이번 FOMC 회의록은 전반적으로는 비둘기파적으로 보이고 특별한 새로운 정보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1월 고용이나 물가가 나오기 전에 열린 회의였던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비둘기파적이진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강력했던 1월 고용, 물가, 소매판매 등을 감안하면 지금은 Fed 인사들이 더 매파적으로 변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BNP파리바의 옐레나 슐야티예바 전략가도 "이번 회의록의 주된 메시지는 강한 인플레이션과 고용 지표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Fed 인사들이 매파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FOMC 회의록이 발표된 뒤 금리는 조금 올랐고,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는 하락세로 기울었습니다. 달러도 약간 상승했습니다. 결국, 다우 지수는 0.26%, S&P500 지수는 0.16% 내렸고 나스닥만이 0.13%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3bp 오른 4.708%를 기록했고, 10년물의 경우 2.5bp 내린 3.930%에 거래됐습니다. 시장의 최종금리 예상은 회의록 공개 전 5.33%에서 5.38%로 소폭 높아졌습니다. 시장은 기술적으로 변곡점에 처했습니다. S&P500 지수는 50일 이동평균선과 200일 이동평균선 사이에 멈춰 섰습니다. 이런 이동평균선을 지킨다면 상승 추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이게 깨진다면 투자 심리는 악화할 것입니다. 시장 방향은 어디로 향할까요? 상황은 전반적으로 어렵습니다. 인플레이션 내림세는 느려진 것 같고 Fed는 추가 긴축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금은 경제 지표가 괜찮다고 해도 어느 시점에선 급격히 둔화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석 달간의 랠리로 인해 주가 밸류에이션은 비싸졌고, 랠리를 지원하던 계절성(1월의 유포리아)은 사라졌습니다.
'영원한 강세론자' 톰 리 펀드스트랫 설립자마저 2월 16~3월 7일까지는 계절적으로 약한 기간이라며 지수 움직임이 정체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S&P500 지수가 오는 3월 8일까지 380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묘하게 그 기간이 겹칩니다. 스트레타가스는 자신들의 LES(Liquidity-Earnings-Sentiment) 모델이 2000년 닷컴버블이 터진 이래 가장 부정적이라며 "이는 향후 2년간 평균 이하의 수익률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장 건전성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인 유동성, 기업 이익 및 투자 심리를 추적해서 만드는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모델입니다. Fed는 긴축을 지속하고 있고 광의의 통화량(M2)은 감소하고 있으며, 기업 이익 추정치도 하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변동성 지수(VIX), 풋/콜 옵션 비율,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등을 보면 투자 심리는 낙담하기보다는 안일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익을 거둔 위험자산 거래(주식 랠리)에 신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업 이익도 예상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하락 추세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S&P500 기업의 82%까지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팩트셋에 따르면 이들의 이익은 월가 추정치보다 1.3% 더 많았습니다. 이는 지난 1년 평균 3.7%, 5년 평균 8.6%, 10년 평균 6.4%보다 낮습니다. 팩트셋이 분기 실적을 집계한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비율로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분기 1.1%에 이은 것입니다. 이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 1.3%는 7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기도 합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S&P500 기업의 이익 마진이 지난해 4분기 10.3%로 팬데믹 고점(2022년 1분기)일 때 12.8%보다는 3%포인트 가까이 낮아졌지만, 아직도 팬데믹 이전(9.8%)에 비해선 높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전날 "S&P500 기업의 12개월 후행 주당순이익(EPS)은 현재 장기 추세보다 1 표준편차 이상 높은 상태"라며 "역사적으로 이런 수준에서는 평균 회귀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내년까지는 평균으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지적했었죠.
주가 조정이 다시 시작되어도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금리가 충분히 높이 올라가서 더 높아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에 기인합니다.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CIO는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이 압력을 받고 있다"라면서도 "아주 단기적으로 보면 S&P500 지수의 200일 이동평균선은 3940으로 지금지수와 그리 멀지 않다. 단기적으로 하방 위험은 낮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과 채권 등 자산군 전반은 이미 Fed가 두 번 더 인상할 것이라는 사실을 가격에 할인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도 "미국 주식이 지금 V자 반등하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주가의 엄청난 붕괴에 직면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국채는 지금 매수대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에 금리는 내려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 하락세는 일시적으로 평평해질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내림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블랙록의 장 보뱅 블랙록연구소 소장을 만났습니다. 미 국무부 뉴욕 외신기자센터(FPC)가 주최한 브리핑이었습니다. 보뱅 연구소장은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20년간의 대안정기(Great moderation-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서 자산 가격이 상승하던 시기)가 끝났다고 봅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쉽사리 스스로 2%로 내려오진 않으며, Fed가 이를 2%로 끌어내리려면 경제적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단기적이라기보다는 약간은 중장기적인 미국과 세계 경제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의 발언을 정리합니다.
"2020년 이후 세계 경제의 구조적 펀더멘털이 바뀌었다. 팬데믹 이후는 20년 전, 길게 봐서는 1984년 이후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1984년 시작된 대안정기의 원인은 ① 좋은 통화정책(폴 볼커 등의 안정적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낮췄다) ② 생산 능력의 증대(세계화와 그로 인한 세계적 공급망 확대, 기술 발전 등에 따른)다. 그래서 대안정기는 인플레이션 안정과 생산 능력 증대가 동시에 일어나던 시기였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으면서 ① 커다란 공급망 충격 ② 탈세계화 ③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등 세 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장기적으로 비용,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들 세 가지 변화는 인구 감소 등 인구 구조학적 변화 위에 나타나고 있으므로 충격이 더 크다.
중앙은행은 이런 요인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게 힘들게 됐다. 팬데믹 이전의 낮은 물가로 돌아가려면 경제활동을 강하게 제약해야 한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살던지, 아니면 물가 목표 2%로 돌아가려면 경제활동을 크게 위축시켜야 한다.
그래서 올해 봐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 번째, 중앙은행의 물가 잡기에 따른 피해가 얼마나 될지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얼마나 고통이 필요할까 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스스로 쓰러지지 않는다. 중앙은행은 더 금리를 올려야 하고 그 피해가 나타날 것이다. 긴축에 따른 피해는 이제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랜딩은 어렵다고 본다. 물가를 2%까지 낮추려면 충분히 위축해야 한다. 좋은 경제 뉴스는 더 많은 인플레이션과 더 큰 피해를 의미한다.
두 번째, 포트폴리오에서의 채권의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국채 단기물이 4~5% 수익률을 돌려준다.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장기물은 다르다. 10년물 국채의 경우 역사적으로 안전자산, 피난처였다. 장기물 금리는 침체 위험이 커지면 낮아졌다. 그러나 과거는 인플레이션이 낮은 시기였고, 중앙은행은 침체가 나타나면 금리를 내려 경제를 구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높은 인플레이션 시대다. 침체가 발생해도 높은 물가 탓에 중앙은행은 구조할 수가 없다. 이번엔 지난 사이클과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2%에 가까운데, 좀 높아져야 한다. 이게 장기물 채권에 대한 도전이다.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주식은 이런 경제적 피해를 반영해야 한다. 전혀 이런 금리의 경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시장은 얼마 전까지 올해 말이면 Fed가 기준금리를 75bp 내릴 것으로 봤었다. 결국, 선진국 주식은 이런 피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신흥국 주식에는 조금 더 긍정적이다. 중국이 강력한 드라이버가 되면서 신흥국 경제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그리고 오후 2시 FOMC 회의록이 공개됐습니다.
① 50bp 인상 주장, 불러드와 메스터 말고 더 있다?
혹시 불러드 총재나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외에 50bp 인상을 주장하던 인사가 있는지를 주시하던 투자자들은 "'거의 모두'(Almost all)가 25bp가 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부'(A few)는 더 큰 50bp 인상을 선호했거나 그를 지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라는 문구를 보고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A few'는 소수지만 두 명은 넘습니다. 불러드와 메스터 외에 누군가 50bp 인상을 선호하는 인사가 있다는 것이죠. 지난 회의 25bp 인상 결정은 만장일치로 발표됐지만, 사실은 (투표는 25bp 인상에 찬성했다고 해도) 반란군이 몇몇 있었던 것입니다. ② 완화된 금융여건은 걱정거리
파월 의장은 지난 FOMC 기자회견에서 "금융여건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단기 금융여건을 보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회의록에서는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긴축 정책 수준과 전반적 금융여건이 일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라는 문구가 있었고 "여러(several) 참가자는 지난 몇 달 동안 금융여건의 몇몇 측정치가 완화되었음을 관찰했다"라고 말도 있었습니다. 파월 의장과 달리 여러 인사가 금융여건 완화(금리 하락, 주가 상승)를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③ 금리 인상 중단은 언제?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Pause)한다는 단어는 딱 한 번 나왔습니다. 그것도 다른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언급한 데서 나왔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포트폴리오 구축 헤드는 "회의록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지만, 아직 피벗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을 확인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④ 전반적으로는 비둘기파적
회의록에는 ”'일부'(some) 참가자들이 경기 침체 위험을 크다고 보고 있다"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추가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겠지요. 월가 관계자는 "이번 FOMC 회의록은 전반적으로는 비둘기파적으로 보이고 특별한 새로운 정보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1월 고용이나 물가가 나오기 전에 열린 회의였던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비둘기파적이진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강력했던 1월 고용, 물가, 소매판매 등을 감안하면 지금은 Fed 인사들이 더 매파적으로 변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BNP파리바의 옐레나 슐야티예바 전략가도 "이번 회의록의 주된 메시지는 강한 인플레이션과 고용 지표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Fed 인사들이 매파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FOMC 회의록이 발표된 뒤 금리는 조금 올랐고,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는 하락세로 기울었습니다. 달러도 약간 상승했습니다. 결국, 다우 지수는 0.26%, S&P500 지수는 0.16% 내렸고 나스닥만이 0.13%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3bp 오른 4.708%를 기록했고, 10년물의 경우 2.5bp 내린 3.930%에 거래됐습니다. 시장의 최종금리 예상은 회의록 공개 전 5.33%에서 5.38%로 소폭 높아졌습니다. 시장은 기술적으로 변곡점에 처했습니다. S&P500 지수는 50일 이동평균선과 200일 이동평균선 사이에 멈춰 섰습니다. 이런 이동평균선을 지킨다면 상승 추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이게 깨진다면 투자 심리는 악화할 것입니다. 시장 방향은 어디로 향할까요? 상황은 전반적으로 어렵습니다. 인플레이션 내림세는 느려진 것 같고 Fed는 추가 긴축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금은 경제 지표가 괜찮다고 해도 어느 시점에선 급격히 둔화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석 달간의 랠리로 인해 주가 밸류에이션은 비싸졌고, 랠리를 지원하던 계절성(1월의 유포리아)은 사라졌습니다.
'영원한 강세론자' 톰 리 펀드스트랫 설립자마저 2월 16~3월 7일까지는 계절적으로 약한 기간이라며 지수 움직임이 정체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S&P500 지수가 오는 3월 8일까지 380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묘하게 그 기간이 겹칩니다. 스트레타가스는 자신들의 LES(Liquidity-Earnings-Sentiment) 모델이 2000년 닷컴버블이 터진 이래 가장 부정적이라며 "이는 향후 2년간 평균 이하의 수익률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장 건전성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인 유동성, 기업 이익 및 투자 심리를 추적해서 만드는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모델입니다. Fed는 긴축을 지속하고 있고 광의의 통화량(M2)은 감소하고 있으며, 기업 이익 추정치도 하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변동성 지수(VIX), 풋/콜 옵션 비율,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등을 보면 투자 심리는 낙담하기보다는 안일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이익을 거둔 위험자산 거래(주식 랠리)에 신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업 이익도 예상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하락 추세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S&P500 기업의 82%까지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팩트셋에 따르면 이들의 이익은 월가 추정치보다 1.3% 더 많았습니다. 이는 지난 1년 평균 3.7%, 5년 평균 8.6%, 10년 평균 6.4%보다 낮습니다. 팩트셋이 분기 실적을 집계한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비율로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분기 1.1%에 이은 것입니다. 이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 1.3%는 7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기도 합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전략가는 S&P500 기업의 이익 마진이 지난해 4분기 10.3%로 팬데믹 고점(2022년 1분기)일 때 12.8%보다는 3%포인트 가까이 낮아졌지만, 아직도 팬데믹 이전(9.8%)에 비해선 높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전날 "S&P500 기업의 12개월 후행 주당순이익(EPS)은 현재 장기 추세보다 1 표준편차 이상 높은 상태"라며 "역사적으로 이런 수준에서는 평균 회귀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내년까지는 평균으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지적했었죠.
주가 조정이 다시 시작되어도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금리가 충분히 높이 올라가서 더 높아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에 기인합니다.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CIO는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이 압력을 받고 있다"라면서도 "아주 단기적으로 보면 S&P500 지수의 200일 이동평균선은 3940으로 지금지수와 그리 멀지 않다. 단기적으로 하방 위험은 낮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과 채권 등 자산군 전반은 이미 Fed가 두 번 더 인상할 것이라는 사실을 가격에 할인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도 "미국 주식이 지금 V자 반등하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주가의 엄청난 붕괴에 직면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국채는 지금 매수대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에 금리는 내려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 하락세는 일시적으로 평평해질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내림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블랙록의 장 보뱅 블랙록연구소 소장을 만났습니다. 미 국무부 뉴욕 외신기자센터(FPC)가 주최한 브리핑이었습니다. 보뱅 연구소장은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20년간의 대안정기(Great moderation-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서 자산 가격이 상승하던 시기)가 끝났다고 봅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쉽사리 스스로 2%로 내려오진 않으며, Fed가 이를 2%로 끌어내리려면 경제적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단기적이라기보다는 약간은 중장기적인 미국과 세계 경제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의 발언을 정리합니다.
"2020년 이후 세계 경제의 구조적 펀더멘털이 바뀌었다. 팬데믹 이후는 20년 전, 길게 봐서는 1984년 이후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1984년 시작된 대안정기의 원인은 ① 좋은 통화정책(폴 볼커 등의 안정적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낮췄다) ② 생산 능력의 증대(세계화와 그로 인한 세계적 공급망 확대, 기술 발전 등에 따른)다. 그래서 대안정기는 인플레이션 안정과 생산 능력 증대가 동시에 일어나던 시기였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으면서 ① 커다란 공급망 충격 ② 탈세계화 ③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등 세 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장기적으로 비용,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들 세 가지 변화는 인구 감소 등 인구 구조학적 변화 위에 나타나고 있으므로 충격이 더 크다.
중앙은행은 이런 요인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게 힘들게 됐다. 팬데믹 이전의 낮은 물가로 돌아가려면 경제활동을 강하게 제약해야 한다.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살던지, 아니면 물가 목표 2%로 돌아가려면 경제활동을 크게 위축시켜야 한다.
그래서 올해 봐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 번째, 중앙은행의 물가 잡기에 따른 피해가 얼마나 될지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얼마나 고통이 필요할까 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스스로 쓰러지지 않는다. 중앙은행은 더 금리를 올려야 하고 그 피해가 나타날 것이다. 긴축에 따른 피해는 이제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랜딩은 어렵다고 본다. 물가를 2%까지 낮추려면 충분히 위축해야 한다. 좋은 경제 뉴스는 더 많은 인플레이션과 더 큰 피해를 의미한다.
두 번째, 포트폴리오에서의 채권의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국채 단기물이 4~5% 수익률을 돌려준다.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장기물은 다르다. 10년물 국채의 경우 역사적으로 안전자산, 피난처였다. 장기물 금리는 침체 위험이 커지면 낮아졌다. 그러나 과거는 인플레이션이 낮은 시기였고, 중앙은행은 침체가 나타나면 금리를 내려 경제를 구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높은 인플레이션 시대다. 침체가 발생해도 높은 물가 탓에 중앙은행은 구조할 수가 없다. 이번엔 지난 사이클과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2%에 가까운데, 좀 높아져야 한다. 이게 장기물 채권에 대한 도전이다.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주식은 이런 경제적 피해를 반영해야 한다. 전혀 이런 금리의 경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시장은 얼마 전까지 올해 말이면 Fed가 기준금리를 75bp 내릴 것으로 봤었다. 결국, 선진국 주식은 이런 피해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신흥국 주식에는 조금 더 긍정적이다. 중국이 강력한 드라이버가 되면서 신흥국 경제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