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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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액화석유가스(LPG) 양대 수입사인 SK가스와 E1이 내달 LPG 공급가격 책정을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LPG 수입가격이 급등하면서 큰 폭의 인상요인이 충분하지만 여론과 정부를 의식해 섣불리 가격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LPG 업계에 따르면 SK가스와 E1은 이달 마지막 날에 3월 공급가격을 거래처에 통보할 계획이다. 두 회사 관계자는 “다음달 국내 공급가격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소비자 부담 경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PG 가격 올려 말아?…고민에 빠진 SK가스·E1
LPG는 프로판과 부탄으로 나뉜다. 프로판은 LNG 배관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 가정·상업용 및 산업용 연료로 활용된다. 부탄은 택시 및 1t 트럭 등 수송용 연료로 쓰인다. SK가스와 E1의 이달 LPG 공급가격(부탄 기준)은 각각 ㎏당 1541.68원, 1542.68원이다.

두 회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책정한 국제 LPG 가격(CP·Contact Price)를 기준으로 국내 공급가격을 산정한다. 중동에서 국내까지 운송 시간을 고려해 전월 CP 기준으로 당월 국내 가격을 결정한다.

아람코는 이달 프로판과 부탄 CP를 t당 790달러로 책정했다. 프로판 기준으로 전월(590달러) 대비 200달러(33.9%) 인상했다. 월 기준으로 최근 10년간 역대 최대 상승폭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에 한파가 찾아온 데다 중국 석유화학 업황이 회복하면서 LPG 수요가 늘자 아람코가 이례적으로 가격을 대폭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달 CP가 t당 200달러 오르면 다음달 국내 공급가격은 ㎏당 230~250원가량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공급가격을 결정하는 또 다른 변수인 원·달러 환율이 작년 말부터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다음달 큰 폭의 LPG 공급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LPG 공급가격이 오르는 것은 작년 4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그동안 아람코 CP가 낮아지면서 이에 연동하는 국내 가격도 하향 추세를 보여왔다.

문제는 SK가스와 E1이 국내 LPG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여론과 정부를 의식해 가격을 쉽게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 가격이 바뀌는 휘발유·경유와 달리 LPG는 한 달에 한 번 기준가격이 정해진다. 국제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인상 요인이 충분해도 소비자 부담 등을 의식해 가격을 섣불리 올리지 못한 경우도 많다.

SK가스와 E1이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뒀다는 점도 눈치싸움을 벌이는 이유다. SK가스의 작년 영업이익은 3906억원으로, 전년 대비 270.3% 증가했다. E1의 작년 영업이익은 2787억원으로, 14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도시가스 요금 급등에 따른 난방비 부담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LPG 가격까지 급등하면 정부도 지켜볼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두 회사가 전월 대비 가격을 일제히 소폭 올리는 데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두 업체 간 가격 차이는 매달 ㎏당 1원 차이(부탄 기준)에 불과하다. 경쟁업체 대비 섣불리 가격을 올렸다가 거래처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LPG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서민연료로 인식되는 LPG 공급가격을 올렸다가 정유사에 쏟아지고 있는 비난이 LPG업계로 옮겨붙을 수 있다”며 “이번에도 가격을 소폭 올리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