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리튬 가격이 지난 3개월 동안 3분의 1이나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수요 감소세가 확연해짐에 따라 전기차 핵심 배터리 부품인 리튬의 몸값이 시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최근 중국 리튬 가격은 t당 42만5000위안(약 8000만원)으로 작년 11월 최고치대비 29% 하락했다. 패스트마켓의 조던 로버츠 애널리스트는 "중국발 수요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시장은 일부 국가의 신에너지(친환경) 차량 보조금이 줄어든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관망하고 있는 데다, 부동산 위기로 중국 경제 전망이 떨어진 것에 대한 우려도 혼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리튬 가격은 2021년 무렵부터 2년 가까이 고공행진세를 이어왔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다. 자동차 제조사부터 배터리 기업까지 배터리 주요 광물인 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경쟁이 거세졌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 리튬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가 부진해진 탓이다. 중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은 올해 1월 40만8000대 팔려 전년 동월 대비 6.3%나 감소했다.
고공행진하던 中리튬 가격, 3분의1 급락 [원자재 포커스]
독일과 노르웨이에서도 친환경 차량 보조금이 삭감되면서 전기차 판매가 줄었다. 컨설팅기업 리스타드의 한 전기차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산업에서는 2021~2022년 있었던 급속한 성장세를 올해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리튬 가격이 떨어졌다. 다만 지난 3개월 동안 t당 7만500달러로 떨어져 중국 내 리튬보다는 낙폭(약 10%)이 덜했다.

중국에서 리튬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아직도 8배나 높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스(FT)의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배터리 할인폭을 높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인 CATL은 지난주 자국 전기차 생산업체들과 계약을 맺으면서 가격을 대폭 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배터리의 80%를 CATL에서 구매하기로 하는 대신 CATL은 리튬 가격을 20만위안으로 대폭 낮춰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봉쇄조치 완화 등 경제 재개방에 따라 중국발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알베말레는 "중국의 전기차 수요가 전년보다 40% 증가해 300만대 늘어날 것"이라며 전기차 판매와 리튬 가격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고수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