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형성 이론에 도전…"완두콩이 레몬 도는 격"
적색왜성 도는 '존재할 수 없는' 목성급 가스 행성 확인
태양보다 작고 온도도 낮은 적색왜성에서 행성형성 이론상 존재할 수 없는 목성급의 대형 가스행성이 확인돼 학계에 보고됐다.

'카네기 과학 연구소'에 따르면 '카네기 지구·행성 연구실'의 슈밤 카노디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약 285광년 떨어진 곳의 M형 왜성 TOI-5205를 돌고 있는 대형 가스행성 TOI-5205b를 관측한 결과를 '천문학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에 발표했다.

이 행성의 존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외계행성 탐사 위성 '테스'(TESS)가 처음 찾아냈으며, 카노디아 연구팀이 다양한 지상망원경과 장비 등을 이용해 크기와 특성 등을 밝혀냈다.

TOI-5205와 같은 M형 왜성은 우리 은하에서 가장 흔한 별로, 전체 별의 4분의 3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태양보다 크기가 작아 표면 온도는 절반밖에 안 되고 광도도 훨씬 낮지만 수명은 극도로 길다.

평균적으로 대형 항성들보다 더 많은 행성을 거느리지만 대형 가스행성을 가질 가능성은 낮다.

M형 왜성 주변에서 대형 가스행성이 아예 발견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TOI-5025처럼 질량이 낮은 항성에서는 처음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목성이 태양 둘레를 도는 것을 완두콩이 자몽 주변을 도는 것에 비유한다면, TOI-5025 행성계는 완두콩이 레몬을 도는 것과 비슷하다고 상대적 크기를 설명했다.

적색왜성 도는 '존재할 수 없는' 목성급 가스 행성 확인
연구팀은 TOI-5025b가 항성 앞을 지나는 이른바 '천체면 통과'(transit) 때 항성 빛의 7%를 가려 천체면 관측사상 가장 큰 빛가림 중의 하나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TOI-5025b가 현재의 행성 형성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제시했다.

행성은 젊은 별 주변에 가스와 먼지로 된 원시행성계 원반에서 만들어지는데, 대형 가스행성은 지구 10배에 달하는 암석 물질이 축적돼 핵을 형성한 뒤 주변의 가스를 급속하게 흡수하며 만들어진다는 것이 가장 널리 통용되는 이론이다.

초기에 원시행성계 원반에 핵을 형성할 만큼 충분한 암석 물질이 없거나, 나중에 대형 핵이 완성되기 전에 원반이 증발하면 대형 가스행성은 만들어질 수 없는데 TOI-5025b는 이런 제한에도 불구하고 존재한다는 것이다.

M형 왜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카노디아 박사는 "목성 크기의 4배밖에 안 되는 작은 항성인 TOI-5205가 목성 크기의 행성을 만들어 냈는데, 이는 매우 놀라운 것"이라면서 "행성 형성에 관한 현재의 이해를 토대로 할 때 TOI-5025b는 존재할 수 없는 '금단'의 행성"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TOI-5025b가 천체면 통과 때 빛이 크게 줄어들어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 주목받고 있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이용한 미래 관측의 길을 열어놓았다며, 이는 행성의 대기를 파악해 행성 형성을 둘러싼 미스터리에 관한 추가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