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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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대표의 자녀 A씨는 21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거래대금 전부를 법인에서 조달했다. 개인사업자 B씨는 은행권에서 운전자금 용도의 기업자금 대출을 받은 뒤 이 돈을 아파트 매수에 활용했다.

국토교통부는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진 부동산 거래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기획조사를 한 결과 총 802건 중 불법의심거래 276건을 적발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전국 아파트 거래에서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상 거래 역시 많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서다.
20대 자녀, '아빠 찬스'로 21억 아파트 샀다…불법 직거래 적발
이번 조사는 1차로 2021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진 부동산 거래 중 동일 부동산을 매도 후 매수하거나 시세 대비 이상 고·저가로 매매한 거래 등을 집중 점검했다. 또 특수관계인 간 거래 등 선별된 이상거래 802건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상거래 총 802건 중 편법증여명의신탁 등 위법의심거래 276건(34.4%)을 적발하고, 국세청·경찰청·금융위원회·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탈세·대출 분석 등을 통해 혐의가 확정되면 탈루세액 징수, 대출금 회수, 과태료 부과 등이 조치된다.

위법의심거래 276건 중 거래신고 위반(214건) 이외에 특수관계자 간에 직거래를 통한 편법증여나 차입금 거래 등 국세청 통보 건이 77건으로 다수 적발됐다. 명의신탁 등 경찰청 통보 19건, 대출용도 이외에 유용 등 금융위원회 통보가 18건 등이다.

이번 조사에선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임차권 불법 전대 사례도 적발됐다. 공공기관이 매도인에게 임대해 준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를 매수인에게 전대해 거주하게 한 뒤 분양전환 시기에 이르러 소유권 이전한 경우다. 공공주택특별법을 위반한 것이다.

또 20대 자녀가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거래대금 전부를 부모에게서 조달받은 경우도 적발됐다. 20대 자녀가 부모 소유의 아파트를 17억5000만원에 매수하면서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10억원과 부모를 임차인으로 하는 전세계약을 체결한 경우다. 국토부는 지급능력이 없는 20대 자녀가 특수관계인 간 보증금 8억원을 이용해 거래대금 전부를 부모로부터 조달하는 등 탈세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국세청에 통보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고저가 직거래를 편법증여나 명의신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거래 침체 속에서 시세를 왜곡해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낳는다"며 "이런 불법행위를 엄정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